산부인과 안기훈 교수. 사진 제공=고대안암병원#첫째 아이를 출산한 이후 말 못할 고민이 생긴 김 모 씨(29). 어느 날부터 분비물이 배출되어 병원을 찾았다가 자연분만 과정에서 직장에 질누공(질루)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매번 실패율과 재발률이 높아 어려운 수술이라는 설명을 듣고 걱정이 컸다. 이미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로 수술을 결정하기도 어려웠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김 씨는 추가적인 질 손상 없이 둘째 아이를 무사히 출산하고 질누공 최후 교정수술을 받았다. 김 씨는 성공적인 원스테이지 수술 결과를 얻어 두 아이를 출산한 후 재발 없이 회복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질누공이란 직장과 질 또는 방광과 질 사이의 벽이 얇아지다가 누공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지만, 일단 발생하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누공의 크기가 작을 때는 불편함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지만 치료를 미루거나 늦게 발견해 병이 진행되면 가스나 대소변이 요도와 항문이 아닌 질을 통해 새어 나와 요실금, 변실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중 직장질누공은 출산 과정에서 산도가 직장 쪽으로 찢어지면서 누공이 발생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회음부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실에 의해 감염되면 염증과 함께 누공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오랫동안 나오지 못한 경우에도 조직이 괴사하면서 누공이 생길 수 있다. 방사선치료나 염증성 대장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방광질누공 역시 출산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주로 자궁절제술 등의 부인과 수술 또는 외상, 감염, 방사선치료 등에 의해 발생한다.
자연분만 이후 질누공이 발생한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직면한 산모가 질누공까지 겪게 되어 자존감에 대한 큰 상처와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질누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존 치료법에 대한 거부감과 오랜 기간 수 차례의 수술을 겪어야 하기 때문에 치료 뿐 아니라 정확한 진단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안기훈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직장질누공 환자에게 장루를 만들지 않고 누공 부위를 직접 봉합하는 원스테이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방광질누공 역시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단, 주변 조직에 염증이 없는 경우 적용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질누공 수술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수술법에 속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수술 건수가 많지 않다. 숙련된 의료진도 부족한 실정이다.
안 교수는 질누공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국내 산부인과 전문의로는 유일하게 질누공을 많이 치료하는 세계적 센터가 있는 이집트까지 찾아가 연수를 받고 왔다. 안 교수는 현재 고대안암병원에서 고위험임신, 조산, 기형태아진단 및 치료, 산후자궁질재건재생 등을 전문 진료분야로 환자들에게 인술을 펼치고 있다.
안기훈 교수는 “질누공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원스테이지 수술은 한 번의 수술로 일상복귀가 가능해 기존수술법에 비해 대단히 큰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