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Law & Scene] 피의자의 증거 숨겨도 가족 관계면 처벌 안해

<15>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증거 인멸·은닉·위조·변조 징역 5년 이하 처벌

단 친족이나 동거 가족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

피의자 은닉, 증인 도피 등 경우 똑같이 적용

넓은 의미에서 피의자 방어권 보장하는 취지

MBC 드라마 ‘빅마우스’ 포스터/ 사진 출처=MBCMBC 드라마 ‘빅마우스’ 포스터/ 사진 출처=MBC





한 방송사 대기실. 장혜진(홍지희 분) 교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갑자기 괴한의 습격을 받았으나 때마침 달려온 최도하(김주헌 분) 구천시장과 박창호(이종석 분) 변호사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두 분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못 드렸다”며 뒤늦게 인사말을 전했다. 통상의 감사 인사에 돌아온 건 “(사고차량) 블랙박스를 어디에 숨겼느냐”는 박 변호사의 돌발 질문이었다. 이는 구천 병원 살인 사건의 중요 증거였다. 또 주요 피의자 가운데 한 명인 한재호(이유준 분) 구천 대학병원 외과 과장이 아내인 장 교수에게 숨기도록 지시한 물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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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가 “무슨 소리냐”며 부인하자 박 변호사는 휴대전화기를 통해 한 과장·장채봉(김정현 분) 사학재단 철봉학원 이사 사이 대화를 도청한 내용을 들려줬다. 장 이사가 한 과장에게 ‘아내에게 맡긴 블랙박스가 잘 있는지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박 변호사는 “살인증거 은닉죄면 최소 3년”이라고 압박했고, 장 교수는 결국 한 사찰 불상에 숨겨두었던 블랙박스를 넘겼다.

MBC 드라마 ‘빅마우스’의 한 장면이다. 극 중 박 변호사는 블랙박스를 숨긴 장 교수 행동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증거 은닉이 현행법상 처발 대상이라는 점을 내세워 장 교수의 심경변화를 유도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현행 형법에는 어긋나는 내용이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에서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증인 은닉·도피한자 등도 처벌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단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피의자)를 위해 해당 죄를 범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걸고 있다. 즉 친·인척 관계이거나 함께 사는 가족은 피의자를 위해 증거를 인멸·은닉·위조·변조해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장 교수로부터 블랙박스를 넘겨받은 박 변호사가 “고발은 하지 않는다. 고발해도 장 교수는 무죄”라고 솔직히 밝힌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 본인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변조할 때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구속 사유로 작용할 수 있으나 실제 처벌하지는 않는다”며 “친인척이나 가족이 동일한 행위를 했더라도 처벌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은 물론 가족 등까지 피의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행위로 본 것”이라며 “넓은 의미에서 방어권 행사를 보장하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에서는 ‘저항할 수 없는 폭력이나 자기 또는 친족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를 방어할 방법이 없는 협박에 의해 강요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같은 법 151조(범인은익과 친족간의 특례)에서도 범인 은닉을 처벌할 수 있다고 담고 있으나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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