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10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0점, 대통령실은 0점”이라고 평가했다. 보수 진영 원로인 이 상임고문이 보수 정부를 박하게 평가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 상임고문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강행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고문은 법무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광복절 특사 대상에서 배제한 것 역시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상임고문은 이날 한 라디오(KBS)에 출연해 “국정 지지율(국정 수행 긍·부정 평가 여론조사)이 결국 국정 평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상임고문은 “그러니까 100점 만점으로 하면 20점 정도 되는 셈”이라며 “이정도 성적이면 (대학교에서는) 과락도 아니고 퇴출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상임고문은 국민들이 체감하는 대표 정책이 없다는 점을 지지율 급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소탈한 모습을 보이며 대통령의 제왕적 권위를 내려놓으려 한 점은 잘한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가슴에 와닿는 정책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 상임고문은 “그리고 언행이 진지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건들건들 그냥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정권 교체로 인해 달라질 것을 기대했는데 그런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보다 대통령실의 업무 능력 부족이 더 심각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방한 당시나 최근 집중호우 후 대통령실의 언론 대응 사례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대통령실 참모라는 사람들이 전혀 국정 운영 능력이 없을 뿐더러 생각도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대통령실 공보라인이) 그냥 시중에서 이야기하는대로 고민없이 말한다”며 “계속 실수가 나오지 않느냐. 도저히 희망이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상임고문은 20%대로 내려앉은 국정 수행 긍정 평가 비율보다 70%를 돌파한 부정 평가율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100명 중 70명이 정부에 반대한다는 것 아니냐/ 이걸 심각하게 인식해야한다”며 “윤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는데 도대체 초심이 뭐냐. 그게 와닿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앞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5~6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응답자의 70.1%가 윤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율은 27.5%로 2주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이 상임고문은 국민의힘 비대위 성격과 기간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것에 대해 “내년 초에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두 달만에 전당대회를 할 것 같으면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만들면 되지 왜 비대위를 하느냐”며 “비대위를 띄웠다는 것은 당을 안정시키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 것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상임고문은 “이번이 세번째 기회인 셈”이라며 “당이 비대위로 전환된 데는 내 잘못도 있다며 반성하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며 한 발 물러서야 본인에게도 좋고 당에게도 좋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가처분 신청하며 끝까지 버티면 당심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상임고문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이 무산된 것에는 “아주 어리석은 결정이고 옳지 않다”고 성토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대통령 공약 아니냐”며 “사면과 지지율은 아무 상관이 없는데 왜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사면을 포기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 상임고문은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이 국가와 당을 위해 사면 제외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사안은 윤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국민들에게 이해해 달라고 말해야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