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정신질환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낙인이라는 광기

스티븐 힌쇼 지음, 아몬드 펴냄





중증의 정신장애는 적절한 개입이 없으면 발병 당사자만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고통을 안긴다. 인간의 기대 수명을 많게는 25년까지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을 정도다. 심리학자 스티븐 힌쇼 캘리포니아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을 겪는 사람들 대부분이 첫 발병 후 십 년이 넘어서야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정신적 문제 전반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외면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기저에는 정신질환자를 향한 ‘사회적 낙인’이 있다.



‘낙인이라는 광기’는 한때 조울증으로 불렸던 양극성 장애를 앓는 아버지를 둔 힌쇼 교수의 회고록이다. 권위자인 힌쇼 교수조차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는 책의 머리말의 첫 문장을 “이 책을 쓸 엄두를 내기까지 말 그대로 평생이 걸렸다”고 시작한다. 힌쇼 교수는 대학교 1학년 때 아버지로부터 “가끔씩 정신이 온전치 못할 때가 있었다”는 고백을 듣고 난 후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상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끔 횡설수설하며 불같이 화를 내고, 갑자기 몇 달 동안 종적을 감췄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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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가 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정신장애를 향한 낙인이다. 그는 “그 어떤 정신질환보다 그에 따르는 낙인이 더욱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 ‘또 다른 광기’”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낙인 찍힌 대상자는 자신을 향한 비난의 메시지에 노출되면서 그 관점을 내면화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게 된다. 그 결과 치료를 받아도 소용없을 거라며 거부하거나 중도 포기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낙인 찍힌 개인·집단, 관련된 모든 이를 폄하하려는 강력한 사회적 경향인 ‘명예 낙인(courtesy stigma)’에 주목한다. 그 대표적 피해자가 저자의 어머니다. 그는 “어머니로서는 누가 이 사실을 알아차린다면 우리 가족이 ‘도덕적 결함’을 지닌 최악의 부적격자들이라며 따돌림당할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아본다.

결국 저자는 2009년 학회에서 가족의 이야기를 고백하게 된다. 저자는 일단 터놓고 나니 자유로워졌으며 어머니도 홀가분한 삶을 찾았다며 “진정한 희망은 수치와 낙인을 떨쳐내야만 싹틀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낙인을 찍는 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정신질환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2만5000원.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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