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이 시대 젊음의 아이콘”이라면서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의장은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준석을 위로함'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이준석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려 한다”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전력질주한 사람에게 돌아온 대접은 ‘왕따’였고, 결과는 ‘당 대표 축출’이니 얼마나 화가 나고 서운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힘이 자유?창의?개혁 노선을 가기보다 구태 답습이나 하니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실체도 없는 사조직들이 선거는 자기들이 다 한 양 떠들어대고 당의 노력을 폄훼하기도 한다. 이준석의 내심에는 이런 마음이 작용했으리라 짐작해본다”고 했다.
다만 김 전 의장은 “높이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다” 며 이 전 대표가 이를 버텨내지 못하고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실패한 원인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불만’으로, (이 전 대표처럼) “당에 대한 불만이 이렇게 많은 당 대표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구조를 강경 완강한 이른바 ‘꼴통’ 보수에서 유연?합리?진보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 치열하게 임했지만 여러 한계와 제약에 부닥친 모양”이라며 "이준석 실패의 큰 이유는 어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못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원인은 ‘불신’이다. 김 전 의장은 “구닥다리 행태를 못 참고 쏘아붙이고 ‘박멸’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 오히려 화근”이라며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서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공인의식’을 꼽으며 이 전 대표가 회견에서 선당후사(先黨後私)를 근거도 없는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말한 것을 비판했다. 이어 “지도자라면 공인의식, 공인의 도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양두구육(羊頭狗肉)’, ‘삼성가노(三姓家奴)’를 언급한 이 전 대표를 향해 "도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해당 발언은 "밤잠을 설치며 분을 삭이지 못해 나온 말이겠지만 상대방 인격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자신의 도덕적 수준까지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며 이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하루빨리 수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은 이준석의 동네북"이라며 "핵관 문제를 최초로 공론화시켰고 또 수시로 두들겼던 이준석으로선 핵관들이 여전히 '설친다'는 게 마땅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을 향해 ‘수도권이나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양지에서 볕만 쬐지 말고 음지로 나와 고생 좀 해보면 정치 세계의 진면목을 알고 행동도 조신해질 거라는 취지는 충분히 알겠지만 이 역시 신중한 발언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