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연일 약세인 가운데 태국 바트화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달러 환율이 최근 3주 동안 3.67% 가량 낮아지면서 통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걸어 잠갔던 국경 빗장을 6월부터 풀면서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 바트화는 이날 1달러당 35.527바트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6개월내 최고 환율이었던 지난달 27일 종가(36.88바트)와 비교하면 19일 만에 약 3.67%나 환율이 낮아졌다(통화 가치 상승).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과 페소-달러 환율이 각각 0.5%와 0.2% 감소하며 통화 가치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는 '관광 국가' 태국의 관광객 숫자가 최근 크게 늘면서 투자자들이 태국의 경제 회복을 기대하고 바트화를 사들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태국 정부는 6월 외국인 입국자 사전 등록 제도인 '타일랜드 패스'를 폐지하고 코로나19 치료비 보장용 보험 가입 의무를 없애는 등 입국 규제를 크게 완화했다. 그 결과 7월에만 107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태국을 방문했다. 이는 작년 연간 입국자의 2.5배에 달하는 숫자다.
이처럼 관광객이 빠르게 늘자 태국 정부는 지난 4월 610만 명으로 전망했던 올해 해외 관광객 예측치를 이달 초 1000만 명으로 올려 잡았다. 태국이 코로나19 확산 전 연간 400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지만, 관광 수입이 태국 경제의 5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 회복에 청신호를 켜 줬다는 평가다. 통신은 "관광 주도 성장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며 태국 바트화가 몇 주 동안 매우 빠르게 반등했다"며 "분석가들이 제시한 연말 전망치(1달러당 35.2바트)를 벌써 달성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바트화 가치가 앞으로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싱가포르 TD증권의 신흥국시장 담당자 미툴 코테차는 "지난 몇 주간 바트화가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당장 (매수세로) 뛰어드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바트화는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의 카마샤 트리베디 애널리스트도 5일 노트에서 관광 회복, 유가 및 운임 비용 하락을 근거로 바트화 상승에 대한 전망을 유지했다. 말레이시아 은행의 삭티안디 수파트 전략가 또한 내년 1분기 바트화 가치가 달러당 32.80바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신흥국의 특성상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바트화 가치가 요동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15일 중국이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하자 바트화 가치가 하루 만에 0.5% 하락한 것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