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의 개인회생 신청자 5명 가운데 1명은 20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빚을 내 주식과 암호화폐에 손댔다가 손실을 만회하지 못한 채 법원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1544건으로 이중 20대 비율은 21%(322건)에 달했다.
20대 비율이 20%를 돌파하자 법조계는 청년 도산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간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그치는 반면 청년 비율이 20%를 넘긴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회생법원의 연간 통계를 보면 2020년 20대 신청 비율은 10.7%에 불과했다.
20대 신청이 몰리면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개인회생 신청 비율도 54%(836건)로 치솟았다. 올해 상반기 2030 비율이 47.9%였던 점을 고려하면 연말에는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서울회생법원이 개인회생 절차에서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 손실금을 변제금 산정 때 제외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젊은 층의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은 자산 간 변제금 산정 형평성을 보장하고 주식·암호화폐 가격 급락에 따른 2030 줄도산 위험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지난달부터 변제금 산정 방식을 바꿨다. 특히 정부의 채무 상황 유예가 다음 달 종료되고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청년들의 도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홍석표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빚을 내서 주식·코인에 손을 댔다가 대거 손실을 입은 20대 입장에서 법원이 변제금에서 손실금을 제외해준다고 하니 개인회생 신청을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며 “경제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대 개인회생 신청이 급증하면서 서울시복지재단 산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도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센터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 10월부터 만 29세 이하 개인회생 신청자 중 변제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에게 ‘청년재무길잡이(센터에서 1대1 재무 상담을 받으면 변제 기간을 단축해 주는 제도)’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법적으로 개인회생 채무 변제 기간은 3년이지만 ‘청년재무길잡이’를 이용하면 기간이 2년(장애인이나 한부모 가정의 가장일 경우 1년 6개월)으로 짧아진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1315명이 해당 제도를 이용했다. 센터 관계자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손댔다가 손실을 본 경우도 있지만 제2금융권이나 신용카드 대출로 빚을 돌려 막다가 빚을 떠안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