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태기의 인사이트]방위 산업 통한 제조업 부활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美, 방산업 통해 도시 발전 이끌어

한국은 지역 낙수효과 거두지 못해

정부 대규모 투자로 산업 위상 높여

제조업·지방경제 도약 기회 삼아야





우리나라가 군사력은 세계 6위, 무기 수출 증가율은 세계 1위로 성장했다고 한다. 뿌듯한 평가지만 방위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고용창출 효과는 그렇지 못하다.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세계 1위인 미국의 방위산업에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반 제조업의 수출과 고용이 감소하고 외국으로의 공장 이전이 많지만 방위산업만큼은 무풍지대로 남았다. 미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 등의 자료를 종합해보면 미국의 방위산업은 수익성과 임금 수준이 높다. 고용은 제조업 취업자 7명 중 1명으로 대략 14%를 차지하며 방위산업에서도 우주항공산업은 10% 정도나 된다. 방위산업으로 인한 간접 고용은 직접 고용의 2~3배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단편적이나마 산업연구원 등의 자료를 보면 방위산업의 매출액 규모나 고용은 전체 제조업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지역 경제에 대한 기여도도 낮다. 미국은 방위산업체가 위치한 도시가 호황을 누리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의 시애틀은 보잉 덕분에 낙후된 시골 마을에서 글로벌 도시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의 구미와 창원·사천·대전 등 방위산업 도시들은 침체돼왔다. 1970년대 후반 자주국방의 기치하에 추진된 전기전자·정밀기계·연구개발 등 방위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지만 미국과 달리 방위산업의 낙수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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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부활과 지방의 성장은 한국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만들 뾰족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험에 비춰보면 방위산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방위산업은 일반 제조업처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기 어렵고 고숙련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기에 고용이 늘면 지역 경제는 저절로 발전한다. 또 방위산업은 정부의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첨단 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과 대·중소기업 협력이 용이하다. 미국은 이러한 특징을 살려 거대한 방위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방위산업의 거점이 보스턴에서 시작해 실리콘밸리, 지금은 텍사스 등으로 확대되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강국이 됐던 것이다.

국제 안보 질서의 변화에 따른 글로벌 방위산업의 성장은 한국 제조업과 지방 경제 부활의 기회다. 한국은 미국·러시아·중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아니고 방위산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데다 무기가 성능 대비 가격도 좋기 때문에 유리하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려면 정부는 방위산업의 위상과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한국의 방위산업은 내수산업이자 규제산업으로 간주된다. 이러다 보니 방위산업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국방비가 늘어도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대한 기여도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이뿐만 아니라 진입 장벽이 높아 혁신은 약화되고 신기술을 가진 중소 방위 기업의 등장이 어려워진다.

방위산업을 수출산업 및 기술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방위산업의 생태계가 두꺼워지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가 방위산업에 대한 민간 기업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첨단 기술의 개발에 집중하고 민간 기업은 그런 기술을 산업화하며 수출 상대국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자본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도록 만듦으로써 방위산업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높여야 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방위산업 매출에서 수출의 비중은 70%를 넘고 몰려드는 외국자본이 방위산업의 연구개발에 투입돼왔다. 이러한 역할 분담 때문에 이스라엘은 군대와 대학이 국가 혁신의 기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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