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에 상장된 벤처캐피탈(VC)인 SBI인베스트먼트(019550)가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주요 임원들이 수십억 원 규모 성과급 잔치를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실적 악화는 본업인 벤처펀드 운용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이 난 때문이어서 투자업계는 SBI인베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적절치 않게 지켜보고 있다. 국내 상장 벤처캐피탈 중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곳은 SBI인베가 유일하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해 상반기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은 인력 중 이준효 SBI인베스트먼트 대표를 포함한 주요 임원 3명이 약 15억 2200만 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기본 급여를 포함해 이들이 챙긴 보수 총액은 20억 7300만 원으로 집계됐다.
SBI인베의 이인직 상무가 성과급 6억 8600만원을 수령해 규모가 가장 컸다. 이 대표와 최남철 전무도 각각 4억 4300만 원, 3억 9300만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성과급 지급이 급증하면서 전체 급여 지급 부담은 지난해 39억 원에서 올 해는 57억 원으로 치솟았다.
SBI인베가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데는 펀드 자금 모집에 대한 수수료와 투자 손익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 특히 2014년 조성한 253억 원 규모 'SBI 글로벌 디지털콘텐츠 ICT 투자조합'의 투자수익률(IRR)이 20%를 웃돌아 대규모 성과급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상무와 최 전무는 각각 투자 3본부와 투자1본부를 이끌며 SBI인베 내에서 펀드 결성과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표도 회사의 경영 활동뿐 아니라 투자처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성과급 잔치가 무색하게 SBI인베는 올 상반기 국내 상장 VC 중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11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으며 31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018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에 적자 전환인 셈이다.
SBI인베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운용 중인 벤처펀드의 손실 규모가 확대된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체 벤처펀드의 지분법 이익이 88억 원에 달했지만 올 해는 지분법 손실이 53억 원을 기록했다. '2020 SBI 스케일업 펀드'가 약 47억 원으로 가장 큰 지분법 손실을 봤으며 '에스비아이-성장사다리 코넥스 활성화펀드 제2호', '2014 KIF-SBI IT전문투자조합' 등에서도 수억 원의 지분법 손실이 발생했다.
경영진들이 투자 실적에 적잖은 펑크를 낸 상황에서 대규모 성과급을 받아가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VC의 경우 과거 펀드 성과를 바탕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회사 실적과 성과급 지급은 연관성이 적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부상 가치인 지분법 손실은 실제 현금 유출은 아닌 측면도 있다.
한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VC들의 실적은 장부상 투자기업의 가치에 따라 변동이 심한 특성이 있다"며 "회사의 전체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특정 벤처펀드의 성과가 좋다면 성과급 지급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SBI인베스트먼트는 1986년 정부 출자 법인으로 설립된 한국기술투자가 전신이다. 2010년 일본 금융회사인 SBI그룹의 한국 자회사 SBI코리아홀딩스가 한국기술투자를 인수하면서 사명을 SBI인베스트먼트로 변경했다. 현재 SBI코리아홀딩스가 지분율 43.6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 대표와 소우 에이이치로 공동 대표과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