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간에 무역 갈등이 발생하면 어느 쪽이 큰 피해를 입을까.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중국 대비 6배 이상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반면 중국 경제의 한국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한국의 ‘칩4’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와중에 국내 산업계가 노심초사하는 이유다.
21일 산업연구원의 ‘중국 대외교역과 한·중 간 무역’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무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10년간 20~25%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국 무역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아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분류됐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인 ‘무역 의존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70%대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무역 의존도는 38%에 그쳤다.
특히 한국과 중국의 무역 의존도 및 상대국과의 무역 비중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게 나타났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한국의 GDP 대비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최근 10년 평균 15.7% 수준이었다. 반면 중국의 한국 무역 의존도는 2.5%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발생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는 영향이 중국 대비 6배 이상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중수교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이런 무역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양국 간 무역 분쟁 발생 시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다만 양국 산업 간 ‘동조화(커플링)’ 경향이 강한 만큼 중국이 무역 분쟁 카드를 마냥 꺼내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 기준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의 80%가 자본재인 데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자본재 비중 또한 61% 수준이다. 박재곤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중 간의 무역은 자본재와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해 양국 경제는 쉽게 ‘분리(디커플링)’ 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무역 중 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