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초격차 기술 확보에 본격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복권 후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연구개발(R&D)단지 기공식을 찾아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나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기흥캠퍼스 R&D단지에 2028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중국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사업의 첨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반도체 기술은 메모리 분야에서 중국의 맹추격에 쫓기고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미국·대만 유력 기업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527억 달러(약 70조 원)를 지원하는 ‘반도체플러스법’을 통과시켰다.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위해 60조 원대의 국가 펀드를 조성했다. 또 미국과 중국은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으로 배터리·전기차 산업 보호·육성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5년간 반도체 업계의 340조 원 규모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면서 지난달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의 세액공제율을 2%포인트 높이고 우수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부의 간접 지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달 초 국민의힘 특위는 반도체 등 전략산업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대폭 상향 조정 등을 담은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의 후속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업과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주요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우리 여야 정치권도 미국 의회를 본받아 초당파적으로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전략산업 육성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규제 혁파와 법인세 인하, 인재 육성 등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