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역사속 오늘]한중수교와 구이공식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을 맞이하는 날이었다.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과 매체는 한중 수교가 맺어진 1992년 이후 30년 동안 변화된 한중 관계에 대한 분석을 쏟아냈다. 하지만 1992년에 한중 수교와 함께 중국과 대만 사이의 ‘구이공식’이 있었음에 주목한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중국에 1992년은 한국과의 수교보다 대만과 ‘하나의 중국’ 원칙에 합의하는 구이공식이 더 중요하게 기억될 해인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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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공식(九二共識)이란 ‘92년도의 공통된 인식’이라는 뜻으로 영어로는 92컨센서스라고 부른다. ‘협정’이나 ‘선언’이라는 익숙한 표현이 아니라 ‘공식(共識·consensus)’이라는 낯선 용어를 쓴 것은 당시 중국과 대만 사이에 공식적인 문서 형태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남기지 않았을 뿐 아니라 협의 역시 양안의 정부 간 접촉이 아닌 반(半)관영 기구 사이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해협교류기금회를, 대륙에서는 해협양안관계협회를 내세웠다. 그만큼 양안 사이의 적대 의식이 강했고 그 기류를 전환시킨 ‘하나의 중국’이라는 구호는 민감하고 도발적인 주제였다. 1920년대부터 시작된 국민당과 공산당의 경쟁과 전쟁은 1949년 국민당의 패배와 대만으로의 도피로 일단락된 상태였다. 결국 얼마 못 가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一個中國)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各自表述)”는 더 모호한 원칙이 형성됐다.

중국의 한중 수교에 ‘하나의 중국’과 대만 통합을 위한 포석이 깔려 있던 것이다. 1992년에도 그러했고 30년이 지난 2022년에도 변함이 없다. 대만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문하자마자 중국이 한국의 외교부 장관을 중국으로 불러들여 회담을 갖고 ‘3불 1한’이라는 새 주장을 들고나왔다. 황당하지만 중국의 세계 패권 전략에 한반도 문제와 대만 문제가 세트로 고려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냉정한 자세로 한국·미국·중국의 3차원이 아니라 한국·미국·중국·대만의 4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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