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위스의 대통령이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에 대한 러시아의 회의적인 시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그나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개최된 '제2회 크림 플랫폼'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은 즉시 회복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그리고 러시아의 군사적 침략에 직면해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 스위스의 확고한 지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크림 플랫폼은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독립기념일(8월 24일) 30주년에 맞춰 지난해 처음 개최한 국제회의로, 지난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반환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최근 스위스가 중립국으로서 러시아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한 영사 업무를 대신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러시아로부터 거절당했다.
러시아 측은 이와 관련해 "스위스의 중립성이 일정 정도 훼손됐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문제를 중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스위스가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그대로 받아들여 시행하는 등 중립국으로서의 위치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실제로 러시아산 금 수입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72)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EU의 제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크림 플랫폼에서 8년 전 러시아에 빼앗긴 크림반도를 이번 전쟁에서 되찾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 탈환은 세계 법과 질서를 다시 세우는데 도움이 되고, 반전운동의 측면에서도 가장 큰 조치가 될 것"이라며 "공포를 극복하고, 우리 지역과 유럽, 전 세계의 약속과 안보를 되찾기 위해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쟁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