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뜨거운 '태조이방원'…외인이 이끈다

◆이달만 2조원대 순매수

LG엔솔·삼성 SDI 등 2차전지 몰려

우크라 전쟁에 방산·조선도 집중

원화 저점도달 인식에 집중 매수

"환율 안정땐 '사자' 더 강해질 것"


외국인들이 이달에만 코스피를 2조 9000억 원어치를 쓸어담으며 이른바 ‘태조 이방원(태양광·조선·2차전지·방산·원자력)’의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조 이방원 관련주만 2조 여원치를 쓸어담았다. 강달러로 한국 증시를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외국인들은 원화 약세를 계기로 한국 알짜 주식을 저렴하게 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5509억 원)으로 나타났다. 삼성SDI(006400)(4865억 원), 포스코케미칼(003670)(1025억 원) 등 다른 2차전지주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이 기간 10.31%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2.99%), 포스코케미칼(24.33%) 등 2차전지주는 상승 궤도를 그리며 국내 증시 반등을 주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태양광 관련주도 대거 사들였다. 특히 한화솔루션(009830)(891억 원), 대명에너지(389260)(12억 원) 등을 매수했다. 매수세가 몰리며 이 기간 두 기업은 각각 17.12%, 42.15% 급등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며 국내 2차전지·태양광 기업들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것이 매수세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IRA법안이 가져올 변화는 IRA 재정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에너지 및 기후변화 관련 산업에 집중될 것”이라며 “배터리·태양광 등 청정 에너지 기업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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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이목이 집중됐던 방산주와 조선주도 대거 사들였다. 이달 외국인투자가는 LIG넥스원(079550)현대로템(064350)을 각각 425억 원, 211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수출 호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당분간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두 기업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각각 19.89%, 15.07% 급등했다.

외국인은 현대미포조선(010620)(1957억 원)과 삼성중공업(010140)(672억 원)도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는데 유럽의 에너지 위기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수요 급증 기대감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감축에 따라 유럽 국가들이 미국·카타르 등으로부터 LNG를 수입하는 상황이 되며 LNG선 수요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등 원전주도 1493억 원어치를 쓸어담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6일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 대규모 수주 소식 등이 알려지며 신(新) 테마주인 ‘태조 이방원’ 중 ‘원’에 해당하는 원자력주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태조 이방원’ 주를 집중 매수하고 있는 배경에는 개별 산업의 호재도 있지만 원화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달러 강세, 원화 약세의 신호가 국내 기업 경기의 불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이 크게 나빠지지도 않았는데 환율만 나 홀로 오버슈팅(일시적 급등)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에 큰 이상이 없는 상황에서 환율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외국인투자가들의 저점 매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같은 오버슈팅은 결국 제자리를 찾기 마련이기에 향후 환율이 점차 안정되며 1200원대까지는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때까지는 외국인 순매수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 수석연구위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심리가 불안한 만큼 환율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수는 있지만 단기적일 것”이라며 “3분기 이후에는 완만한 속도, 즉 다시 1200원대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환율의 기조적인 방향을 바꾸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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