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환갑 훌쩍 지났는데…" 항암치료, 나이가 걸려 고민이라면 [헬시타임]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 떨어져…예방접종은 모든 치료 끝난 뒤 권장

치료기간 중 대소변이나 구토물에 보호자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

38도 이상 고열 증상 나타나면 응급상황…신속히 병원 방문해야

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미리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이미지투데이항암치료를 받을 때는 미리 숙지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 이미지투데이




60대 주부 김정아씨(가명). 동생의 권유로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가 폐암 진단을 받았다. 평소 자각 증상이 전혀 없었던 터라 검진 결과에 충격을 받은 김씨. 주위에서는 검진 덕분에 암을 일찍 발견할 수 있어 다행이라지만,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나이 들어 항암치료를 받으면 더 힘들다던데' 괜히 고생만 하는 건 아닐까 선뜻 진료예약을 잡지 못하는 김씨. 치료기간 중 부작용으로 컨디션이 도리어 나빠지거나 가족들에게 폐가 되진 않을지 고민이 많아졌다.



정말 항암제 투여에 나이 제한이 있는걸까? 실제 김씨처럼 나이 때문에 항암치료를 망설이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결정할 때는 나이보다 평소 신체 건강 상태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받고 있는 환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유영진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살펴봤다.

◇ 나이 때문에 항암제 치료가 망설여진다면?


항암치료에 중요한 것은 주민등록증에 나오는 나이가 아닌, 신체적 나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해왔고 튼튼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환자라면 나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젊은 사람처럼 고용량의 항암제를 투여하는 대신, 용량을 줄였을 때 별다른 부작용 없이 치료 받는 경우도 많다. 물론 효과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치료하지 않는 것보다는 암 진행을 막고 종양 크기를 줄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혈액종양내과 유영진 교수. 사진 제공=상계백병원혈액종양내과 유영진 교수. 사진 제공=상계백병원


폐암 진단을 받은 노인 환자 중 항암치료를 받은 그룹과 증상 완화 치료만 한 그룹을 비교했을 때 항암치료를 받은 이들이 받지 않은 경우보다 생존기간이 길어질 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삶의 질도 좋았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유영진 교수는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항암치료를 받아 고생만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치료 받지 않은 환자들이 더 고생한다는 근거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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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암치료 중인데…예방접종해도 될까?


항암제를 맞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접종이 권고되는 백신 종류에는 죽은 병원체를 이용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불활성화 백신(사백신) 뿐 아니라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해 투여하는 약독화 백신(생백신)도 있다. 항암치료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라도 죽은 균을 사용하는 사백신을 맞는 건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생백신을 맞으면 진짜 그 병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맞아서는 안 된다.

다만 예방접종을 통해 항체가 생기려면 면역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항암치료 이후 면역력이 감소했을 때는 예방접종의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암제 투여가 모두 끝나고 면역력이 회복된 다음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 항암제 투여 후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암은 전염되는 질환이 아니다. 따라서 가족끼리 밀접한 접촉이 암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집에서 생활하는 가족끼리 화장실을 함께 사용한다면 숙지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항암제의 일부가 대변 또는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다는 것. 화장실을 공유한다고 해서 환자의 대소변에 가족이 직접 노출되는 것은 아니므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용변을 본 후 물을 잘 내려 다른 가족들이 암환자의 용변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변이 용기 밖으로 튀지 않게 하고, 구토를 하는 경우 구토물이 가족들과 접촉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 항암치료 중 즉각 병원을 찾아야 할 응급상황은 무엇일까


항암제 투여 후 가장 중요한 응급상황은 열이 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백혈구를 감소시켜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발열 증상은 몸에 균이 들어왔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열이 난다고 해열제만 먹으면 열은 떨어질 수 있으나 균이 번식해 위험할 수 있다.

유영진 교수는 “열이 난다고 해열제만 먹는 것은 화재경보가 시끄럽다고 경보기를 끄는 것과 같은 행동”이라며 “항암치료 후 38℃ 이상의 열이 나면 응급상황이므로 빨리 병원에 와서 면역력과 균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항균제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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