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상승기에는 누구나 투자 성과가 좋다. 교만해지기 딱 좋은 환경이다. 부자가 되겠다고 몰려들었던 동학개미들은 지금 어떤 후회를 하고 있을까. 오르는 주가에 올라타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파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다. 본질 가치를 평가할 수 있어야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학개미들이 맹신했던 삼성전자 주가도 전고점 대비 31% 하락했다. 과연 그들은 삼성전자를 충분히 이해했던 것일까. 삼성전자가 지금껏 훌륭한 모습을 보였지만 과거가 미래에 항상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메모리반도체는 편하고 싸게 쓸 수 있는 일상재(commodity)에 가깝다. 반도체를 시작했던 고(故) 이건희 회장도 지금처럼 높은 수익성은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60%를 차지한다. 당연히 국산화를 통해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고 싶겠지만 미국의 방해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반사이익을 삼성이 얻고 있다. 미래의 패권이 데이터에 달렸으므로 반도체는 패권에 직결된 소재다. 미국은 중국의 접근을 막아야 하고 중국은 반드시 반도체를 국산화해야 한다. 대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 정부는 2021년 28개 메모리반도체 생산 시설 건축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30조 원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정도면 5년 내 범용 제품은 국산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필적할 수는 없어도 말이다. 중국이 범용 제품만 국산화해도 삼성전자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인들은 품질이 좀 떨어져도 중국산을 선호하며 중국 정부는 보조금을 줘서라도 국산 제품의 보급을 도울 것이다.
이런 위협을 상쇄할 수 있는 길은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의 약진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9년 세계 비메모리 생산에서 TSMC를 제치고 세계 1위로 도약할 것임을 선포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TSMC의 점유율은 오히려 46%에서 54%로 상승했다. 그가 업무에 전념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음을 제쳐 놓고, 비메모리 생산은 기능별 맞춤형이므로 소비자 입맛에 맞춰 본 경험이 부족한 삼성은 따라잡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삼성전자에 기회도 있다.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반도체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결정적이다. 특히 최근 진행되는 칩4 동맹이 기대와 달리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감안하고 투자하자는 것이다.
한편 최근 워런 버핏은 미국의 석유 회사인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 50% 획득에 대해 규제 당국의 허락을 받았다. 그는 셰브런 지분도 늘렸다. 그가 석유 산업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를 추론해 보면 첫째, 석유 수요의 소멸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느릴 것이라는 점이다. 친환경 관련 기술 발전 및 인프라 구축 속도를 보면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둘째, 세계 증시 최대의 위협은 ‘탈글로벌화’로 인한 지정학적 갈등이다.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증시가 폭락해도 어김없이 유가는 상승한다. 그렇다면 석유 관련 주식이 버핏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지정학적 위험에서 보호해 줄 수 있다.
셋째, 버핏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을 만큼의 지분을 산다. 그리고 경영 간섭을 한다. 옥시덴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핏은 이미 옥시덴털이 텍사스에 신재생 발전 기지를 건립하고 탄소 포집 기술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지시했다. 결국 당장은 석유 회사로서 안정적인 이익 및 현금 수입을 얻고 미래 지속 성장 이야기도 남겨둔 셈이다.
버핏의 투자 성과가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자신이 의도한 것은 얻을 수 있다. 의도한 수익률을 설계해 내는 능력이 투자다. 버핏은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예금 등 안전 자산 수익률이 참을 수 없이 낮기 때문에 위험 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도 증시에 뛰어든다. 그들은 주가 등락에만 관심이 있다. 매일 점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투기다. 투자란 공부해서 의도한 바를 기다리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