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지옥코스' 이겨낸 그녀…7년만의 오버파 우승

홍지원, KLPGA 한화클래식 정상

10㎝ 러프 뚫고 메이저서 생애 첫승

롤모델 김연아 보며 긴장감 이겨내

2위 박민지 4타 차이로 따돌려

홍지원이 28일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 3번 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KLPGA홍지원이 28일 한화 클래식 최종 라운드 3번 홀에서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에 올리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100㎜ 러프, 개미허리처럼 좁은 페어웨이, 빠른 그린…. 정상급 선수들에게 굴욕을 안긴 지옥의 코스가 ‘신데렐라 스토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준 배경이 된 셈이다.



홍지원(22·요진건설)이 험난하게 세팅된 코스를 길들이고 메이저 왕관을 썼다.

홍지원은 28일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 원)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묶어 이븐파 72타를 쳤다. 최종 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한 그는 2위 박민지(24·5오버파)를 4타 차이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정규 투어 2년 차 홍지원이 데뷔 후 48번째 출전 만에 이뤄낸 생애 첫 우승. 지난해 신인 시즌을 상금 랭킹 35위(2억 660만 원)로 마친 그는 올 시즌 이 대회 전까지 19개 대회에서 10번이나 컷 탈락하며 상금 82위에 그쳐 시드 유지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 트로피로 장식하면서 작년 전체 상금보다 많은 2억 5200만 원의 거금을 손에 넣었다. 시즌 상금 3억 931만 원으로 이 부문 20위까지 점프한 그는 2025년까지 투어 카드 확보라는 큰 소득도 올렸다.



데뷔 이후 톱 10 입상이 모두 4차례뿐이었던 홍지원은 중무장한 이번 대회 코스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다. 첫날 1언더파(공동 4위)로 7명의 언더파 스코어 대열에 이름을 올린 그는 2라운드에서 이븐파를 쳐 4명의 공동 선두 그룹에 합류하더니 3라운드에서도 2오버파로 잘 버텼다.

관련기사



사진 설명사진 설명


3타 차 단독 선두(1오버파)로 출발한 최종 라운드에서도 홍지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7번(파3)과 12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유일한 언더파 스코어를 뽐냈다. 14번 홀(파4)에서 이날 첫 보기를 적어냈지만 이어진 15번 홀(파3)에서 버디로 만회했다. 이 3.5m 퍼트는 2위 박민지와 격차를 6타로 벌린 사실상의 ‘쐐기포’였다. 타수 여유가 생긴 그는 티샷을 러프로 보낸 16번과 17번 홀(이상 파4)에서 1타씩 잃었지만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전까지 데뷔 후 최고 성적이 지난해 이 대회에서 기록한 3위였던 홍지원은 우승 뒤 “보기를 해도 화를 낼 필요가 없는 코스라 여기고, 보기 할 상황에선 1타를 잃자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코스에서도 과감하기보다는 보수적인 플레이 스타일이라 어려운 코스에서 기회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평소 ‘피켜퀸’ 김연아를 롤모델로 꼽는 그는 “오늘 아침에도 긴장감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떨지 않고 연기한 김연아 선수의 밴쿠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경기 영상을 봤다”고 밝혔다.

박민지는 1타를 줄이는 집중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 1억 5400만 원의 적지 않은 상금을 보탠 박민지는 8억 2566만 원으로 시즌 상금 1위를 지켰다. 정윤지·김수지·하민송이 공동 3위(7오버파)에 올랐고, 박지영은 데일리 베스트인 4언더파 68타를 쳐 전날보다 22계단이나 끌어올린 공동 6위로 마무리했다.

한편 2000년 이후 KLPGA 투어에서 오버파 우승은 8번째로 나왔다. 최근 사례는 박성현(29)의 2015년 한국 여자오픈 1오버파 우승이었다.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