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 성장률 2% 초반 추락 우려"…달러 유출 가능성도 커져

[파월 쇼크]

■‘다중트랩’에 갇힌 韓경제

파월 발언에 달러화 다시 치솟아

고물가→고금리 연쇄충격 불가피

수출마저 하반기 0%대 성장 전망

연준 긴축속도 40년만에 가장빨라

한미 금리 1%P 이상 벌어지면 위험

11월까지 6연속 금리인상 가능성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2.08.21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가격을 꼼꼼하게 비교하며 채소를 구매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2022.08.21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대외 불안 요소를 잔뜩 안고 있던 우리 경제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결정타를 날렸다.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한 파월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달러화 강세에 기름을 끼얹는 등 시장 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 대응에 실패한 연준이 뒤늦게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우리나라는 고환율·고물가에 수출 둔화는 물론이고 과거에는 없던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은 바짝 얼어붙었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27일 원·달러 환율은 1341원 22전으로 전월 대비 10원 42전 급등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연준의 통화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 가치가 치솟은 영향이 반영됐다. 파월 의장의 연설이 있기 며칠 전까지만 해도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26일 1331원 30전으로 이틀 만에 10원 80전 하락했지만 다시 급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기업의 현지화 등으로 수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고 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털을 반영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 문제다. 김성택 국제금융센터 글로벌경제부장은 “연준의 통화 긴축 경로에 대한 매파적 재평가가 추가 반영되면서 당분간 자산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달러 강세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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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쇼크가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에서 5.2%로 높이고 내년 물가도 2.9%에서 3.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4~5%가 넘는 고물가 흐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25일 기자 간담회에서 “환율 수준 자체보다 원화 가치 절하로 생길 수 있는 물가 상승 압력과 국가 경쟁력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했다.

당분간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연쇄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에서는 통화 당국이 10월과 11월까지 6연속 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취약 계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물가 압박에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된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16만 1000원 늘어난다. 이미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올해 말 3.0%까지 인상이 불가피해 같은 기간 이자 부담은 약 160만 원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위기 때마다 돌파구가 됐던 수출마저 위태롭다는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국 등 전 세계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우리나라 수출은 올 하반기 0%대 성장에 그친 뒤 내년 상반기에는 감소 전환할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반도체 수출액은 62억 71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 하락했다. 무역수지 적자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50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로 대폭 줄였다. 이미 시장에서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2%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특히 러시아가 유럽연합(EU)에 가스 공급을 축소하거나 중단할 경우 물가 상승은 물론이고 국내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과 이에 따른 EU 경제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는 EU에 대한 수출 둔화, 에너지 수급 불안, 산업 생산 차질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을 때마다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고 하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가 과거보다 빠른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최근 연준의 긴축 속도는 약 40년 만에 가장 빠른 수준으로 그동안 한미 금리 역전 시기와 양상이 다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지는 동시에 장기화한다면 과거와 달리 외국인 자금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총재도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미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1%포인트를 중심으로 왔다 갔다 했다”며 “격차가 너무 벌어지지 않는 정도로 부정적 영향을 모니터링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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