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기술 대변혁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며 기술이 곧 경제이자 안보인 시대가 도래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자동화·효율화의 수단을 넘어 경제·사회 전반을 혁신하는 주도자이자 국가 위기의 해결사로 그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처럼 문명사적 파급력을 갖는 격변기에 혁신과 도전을 꽃피우는 핵심 동력은 우수 인재 확보에서부터 비롯된다. 주요국이 두뇌 전쟁 수준의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디지털 컴퍼스를 통해 2030년까지 디지털 인력을 2000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발표했고 영국은 올 6월 디지털 전략을 통해 최고급 인재 확보를 위한 특별 비자를 신설하는 등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소프트웨어 인재 영입 경쟁에 반도체·미래차 등 국가 첨단 산업까지 가세하며 인력 수요는 향후 5년간 1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필요 인재를 공급할 교육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는 현장의 고충은 계속된다. 디지털 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혁신해나가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발표했다. 최고급 인재 확보부터 미래 세대의 디지털 역량 강화까지 100만 디지털 인재 부국 실현을 위한 지원 방안을 총망라해 실행해 나가고자 한다. 그간 산업계의 요구가 빈번했던 대학 정원 등 규제 개선과 함께 계약 정원제(기존 학과에 계약 정원 할당) 신설,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 지원 확대를 통한 전공자 확충 등 대학이 디지털 인재 양성의 요람이 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하고자 한다.
특히 국가 첨단 전략 기술 분야를 선도할 최고급 인재 양성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융합 혁신 대학원을 내년까지 9개 신설하고 차세대 반도체, 사이버보안 등 고급 인재 확보가 시급한 분야의 석·박사 양성과 대학 정보기술(IT) 연구 센터 등 산학 연구를 중점 지원해 디지털 첨단 기술을 확보해나갈 것이다. 또한 인구 감소 시대에 질적으로 탁월한 인재를 키우기 위한 차별화된 지원 체계로 ‘재능 사다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오랜 시간 대학에서 학생들과 호흡하면서 재능 있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성장시킬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재능 사다리를 통해 매 과정 평가를 거쳐 역량이 검증되면 더 높은 수준의 과정으로 연계해주거나 해외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시급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민간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형 인재 양성 체계도 공고히 다져나갈 것이다. 기업·대학·정부 등의 역량을 총결집한 구심점으로 ‘디지털 인재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고 자체 교육 과정 운영 기업은 ‘디지털 리더스 클럽’으로 정부가 인증해 제도적 지원을 통해 참여를 전방위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과 산업의 주무 부처로서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인재 양성에 필요한 사항을 발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
무엇보다 인재 부국 실현을 위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에서 최근 제프 베이조스, 팀 쿡 등 주요 IT 인사 500명이 모든 학생이 정보 교육을 받도록 교육과정 개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컴퓨팅 언어는 이제 미래 세대의 소통과 혁신의 도구로 이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시대적 과제가 된 것이다. 정부도 이번 종합 방안에서 2025년 교육 과정부터 초등 34시간, 중등 68시간 등 정보 과목 시수를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해 체계적인 디지털 교육을 지원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 교육이 가능하도록 국가 교육 체계를 혁신하고 재능 있는 인재가 꾸준한 지원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선도하는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