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보람일자리 통해 우울증 사라지고 자존감 높아져…‘노치원’차리는 게 꿈”

[라이프점프×서울시50플러스재단] 50+보람일자리_3편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활동지원’ 한혜경 씨

50대 초 힘든 일 겪으며 우울증 앓아

다시 일어서려 할 때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이 큰 도움 돼

앞으로 사회에 도움 되는 일 하고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플러스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보람일자리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보람일자리사업은 장년층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으로, 50대 이상 장년층이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 후에도 역량과 경험을 살려 지속적인 사회참여를 통해 안정된 인생 2막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라이프점프에서는 보람일자리에 참여해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며 활기찬 인생 2막을 사는 보람일자리 참여자 3인을 만났다.


▶글 싣는 순서

‘작은도서관지원단’ 박용환 씨

‘50플러스컨설턴트’ 조연희 씨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활동지원’ 한혜경 씨

사진=정혜선사진=정혜선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두 번째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중장년들의 고민이 깊다. 결혼해 경력이 단절돼 평생을 육아에 전념하며 주부로 중년을 맞이한 한혜경 씨 역시 그랬다. 그는 그 고민의 끝을 맺기 전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인생 두 번째 삶을 ‘나답게 가치 있게 살기’로 결정했다. 한혜경 씨가 삶을 가치 있게 사는 방법으로 선택한 첫 번째 행보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보람일자리에 지원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2020년부터 3년째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활동지원자로 일하고 있는 한 씨는 “이 일을 하면서 우울증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 경험을 토대로 고령층이 길어진 노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린다.

“나는 1964년생으로 오십대 후반이다. 현재는 서울 노원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장애인지원단으로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다.”

- 보람일자리사업은 어떻게 알게 됐나.

“해외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들어와 부산에서 지내고 있을 때, 우연히 TV프로그램을 통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알게 됐다. 그러다 서울로 와 재단에서 하는 박람회에 참석해 상담을 받으면서 나의 상황과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자 보람일자리를 권해주더라.”

- 상담을 통해 알게 된 보람일자리사업에 지원해 활동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오랜 기간 주부로 살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그렇게 50대가 돼 다시 일하고자 하는 마음에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생각보다 나이의 장벽이 높더라. 그러면서 5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는 더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취업을 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대신 사회 공동체에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보람일자리에 지원해 활동하고 있다.”

- 다양한 활동이 있는데, 보람일자리 중에서도 발달장애인 활동 지원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지낼 때 1년 반 정도 발달장애인 관련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때 한 경험이 있기에 발달장애인 활동 지원에 지원할 수 있었다.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모든 경험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경험은 할수록 좋은 것 같다.”

-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활동지원은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일주일에 두 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한다. 오전 10시에 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들이 등원하는데, 그때 서로 보는 순간 너무 반가워한다. 마음으로 반가워해 주는 게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다. 나를 이토록 반겨주는 이가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은 것 같다. 보통 보람일자리 선생님은 집중적으로 돌보는 분이 한 명씩 있고, 그분을 돌보면서 선생님이 수업할 때 지원이 필요하면 도움을 준다.”

관련기사



- 보람일자리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된 건가.

“2020년 7월부터 시작해 이제 3년 차다.”

- 처음 시작할 때와 가장 많이 달라진 게 있다면.

“모든 일이 시간이 지나면 노하우가 쌓이지 않나. 이 일도 그렇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뭐든지 도와주고 싶고, 해주고 싶은 마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서 해주려고 했었다. 그러다 보니 오해가 생길 때가 있었다. 나중에야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진=정혜선사진=정혜선


-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인지 궁금하다.

“나는 이 일을 통해 도움을 주는 사람이자 도움을 받는 사람이다. 이일 시작하기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다. 그 일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삶에 대한 허무감도 느꼈다. 그러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일어서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러던 차에 보람일자리를 신청해 발달장애인센터에 다니며 일하게 된 거다. 내가 다시 일어서는데 센터에서 일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매 순간이 감동이고 보람이다.”

- 이일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삶의 활력소가 된다. 이 일을 하면서 우울감이 사라지고 자존감이 높아졌다. 다만, 긴장을 하다보니 조금 힘들때가 있다.”

- 긴장을 하는 이유가 있나.

“발달장애인들은 조용하다가도 갑자기 텐션이 높아져 돌발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긴장을 풀고 있으면 빠른 대처가 어렵다. 혼자 거동을 못 하는 분들이 이동하다 다치면 안되므로 매 순간 긴장하려고 한다.”

- 발달장애인 활동지원을 해보니 어떤 분들에게 이 일이 잘 맞을지 조언해달라

“공익적인 마인드가 있는 분들에게 잘 맞는 일이다. 발달장애인들과 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실수도 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 그때까지 꾸준히 할 수 있는 분이 하면 좋겠다.”

- 이 일을 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

“결혼 전에는 의류회사에서 MD로 일했다. 바쁘게 살다 일에 회의를 느껴 3년 정도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의류관련 회사에 다니다 결혼을 하면서 경력이 단절됐다. 중간에 영어강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주로 육아에 전념하며 주부로 살았다.”

- 현재 보람일자리 이외에 관심 갖고 배우거나 하고 있는 일이 있나.

“지금 친정엄마가 3년째 투병 중이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려고 실습까지 마쳤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면서 막연하게 고령층 인구가 많아지니까,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처럼 노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노치원(노인유치원)’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

정혜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