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홍콩·상하이·런던·뉴욕 등에서도 한국의 젊은 컬렉터는 적극적입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분포하는 이들 MZ컬렉터는 외국여행과 유학의 경험이 많고, 대중문화가 친숙해 국경없는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선택하죠. 그들이 이끈 미술시장의 성장세는 절정에 오른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크리스티·소더비와 함께 세계 3대 미술경매회사로 꼽히는 필립스 옥션의 조나단 크로켓 아시아총괄사장은 31일 강남구 이유진갤러리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미술시장의 저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런던에 본사를 둔 필립스는 지난 2016년 홍콩지사를 설립했고, 2018년 용산구 한남동에 한국 전시장을 열었다. 필립스는 다른 경매사에 비해 1974년 이후 출생 작가를 가리키는 ‘초현대미술’의 거래가 활발해, 이 분야의 ‘큰손’인 MZ컬렉터가 많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경매로 유입된 신규 고객의 증가와 함께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 상반기는 전년 동기 대비 37% 성장한 9989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경매낙찰액의 41%가 아시아 고객에 의한 것이었고, 이 아시아 구매자의 35%가 밀레니얼(1980년대초~1995년 이전 출생) 컬렉터였다.
크로켓 사장은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한 아시아 미술시장의 성장세는 막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이유와 팬데믹 영향으로 위축된 홍콩이 그럼에도 아시아 미술시장의 허브 역할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한국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런던·파리·뉴욕 등 경매를 보면 자국 작가와 외국작가 비중이 5대 5지만, 한국은 특이하게도 자국 작가보다가 외국작가가 훨씬 높은 편”이라며 “이것이 균형을 맞춰가면서 성장할 것이라 예상할 때 한국작가는 재평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크로켓 사장은 “새로운 젊은 작가를 발굴해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역량은 필립스가 뛰어난 만큼, 한국미술계의 건강한 조력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스 본사가 직접 기획한 ‘뉴 로맨틱스’는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젊은작가 23명을 선보인 전시로, 프리즈 기간에 맞춰 젊은 컬렉터들의 취향을 겨냥했다. 9월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