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090430)이 미국의 럭셔리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 하퍼(Tata Harper)’를 인수했다. 그 동안 아모레퍼시픽이 북미 화장품 업체에 일부 지분을 투자한 적은 있지만 아예 인수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모레퍼시픽의 ‘탈(脫)중국’·북미 공략 기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일 타타 하퍼 브랜드의 운영사인 ‘타타 내츄럴 알케미(Tata’s Natural Alchemy)'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를 위해 유상 증자로 약 1681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타타 하퍼는 미 화장품 시장에서 각광받는 클린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는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다. 2010년 출범 이래 제품 개발부터 포장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철저한 클린 뷰티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유전자 조작 원료(GMO), 첨가제, 인공 색소 및 향료, 합성 화학물질 등이 포함되지 않은 100% 자연 유래 성분만 사용해 북미 시장에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네타포르테, 컬트 뷰티 등의 온라인 채널 및 세포라, 니만마커스 등 8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인수는 그동안 성장 기반이 됐던 중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코로나19 봉쇄 등 종잡을 수 없는 변동성 탓에 더 이상 중국 시장만 바라보기에는 한계가 있어 북미 등 신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그 동안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서 라네즈, 설화수, 이니스프리 제품 등을 판매하며 북미 공략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 2019년 미국 클린 뷰티 업체 ‘밀크 메이크업’에 일부 지분 투자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미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현지 업체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타타 하퍼와 함께 강도 높은 마케팅 활동을 펼쳐 북미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공동 연구로 신규 카테고리 확장도 시도할 계획이다. 타타 하퍼의 북미·유럽 사업 확대와 아시아 시장 추가 진입을 위한 재정비 작업도 한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타타 하퍼는 아모레퍼시픽이 추구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구현하고 있는 브랜드”라며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생산물류 인프라와 타타 하퍼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이 시너지를 발휘해 북미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외 다른 K뷰티 업체들도 북미 시장을 적극 노크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앞서 지난 2019년 미국 화장품 기업 뉴 에이본을 시작으로 2020년 ‘피지오겔’ 사업권, 올 4월에는 ‘더크렘샵’ 지분 65%를 1485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