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정기국회 개원 날 칼 뺀 檢…민주 "정치보복" 강력 반발

[이재명 6일 소환 통보]

李 "국토부가 협박" 허위공표 혐의

선거법 위반 9일 공소시효도 고려

李측 "소환에 응할지는 추가 검토"

與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화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통화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검찰이 정기국회 첫날인 1일 ‘백현동 의혹’ 관련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 검찰 출석이 현실화된 셈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정치 보복을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의 검찰 소환 소식은 민주당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검찰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이 대표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경기지사 시절인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임했던 2015∼2016년 해당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되고 전체 임대 아파트 건립 계획이 분양 아파트로 전환되는 등 특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가 용도 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 변경을 해 수천 억 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 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협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성남시가 용도 변경에 선을 긋다가 돌연 입장을 바꾼 사실이 공문으로 확인됐다며 같은 달 27일 이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고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검찰로부터 고발장을 넘겨받아 약 10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지난달 26일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에서는 지난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공소시효가 9일까지인 점을 고려해 이날 소환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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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대표의 검찰 소환 통보에 민주당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선에서 경쟁하고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이 대표에 대한 정치 보복과 탄압을 위해 ‘묻지 마 소환’을 자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대변인은 “당시 성남시의회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당론으로 대장동 공영 개발을 막았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넘치며 이 대표 발언의 진실성을 입증하고 있다”며 “검찰은 명백한 증거를 일부러 무시하고 짜 맞춘 각본에 따라 수사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또한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사건들,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고발 사건은 줄줄이 무혐의 처분하면서 야당 대표의 정치적 발언은 사법적 판단에 넘기겠다니 황당하다”면서 “김 여사가 권력을 잡으면 경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더니 경찰은 물론 검찰까지 나서서 야당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을 섬기는 참된 검찰이라면 말꼬리 잡을 것이 아니라 무리한 수사로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며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정치 보복에 강력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소위 ‘검수완박’으로 불린 검찰 수사권 조정 법안 처리 과정에서부터 이어져온 검찰과의 악연이 이 대표 소환으로까지 번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애초에 진실이 무엇이든 무조건 이 대표를 기소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선거법을 이용해 이 대표의 손발을 묶어놓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말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현지 보좌관이 이 대표에게 텔래그램 메시지를 통해 검찰 소환 통보 사실을 알리면서 “의원님 전쟁입니다”라고 글을 쓴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서면 조사로 해도 될 사안인데 검찰 출석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망신 주기”라며 “소환 통보에 응할지 여부는 추가적으로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검찰 소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창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의 정치 탄압 주장과 달리 이 대표와 관련된 의혹들은 대선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내용”이라며 “이 대표는 국민께서 가지고 계시는 의혹을 해소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소환에 응해 성실히 조사에 임해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검찰은 이 대표가 과거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관계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었기 때문에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말한 것도 허위 발언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이 대표 측에 6일 오전 10시 출석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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