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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대한민국은 평등한 국가인가, 불평등한 국가인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한 나라에서 재정정책이나 분배정책을 수립하는 경우 그 기준이 되는 것은 소득불평등의 수준과 추이 변화이다. 즉,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여 소득분포가 불평등하다면 어려운 사람에게 많이 나누어 주는 재분배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불평등 정도가 높지 않더라도 최근 높아지고 있다면 역시 소득재분배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 수준과 변화 추이는 어떠한가? 놀랍게도 이에 대한 답변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매일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양극화 해소를 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말하고 있는데 말이다.

먼저, 한국소득분배의 공식통계인 통계청의 연간 기준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불평등도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 불평등의 정도는 처음 집계한 2011년 이후 가장 최근인 2020년까지 매년 개선되는 추이에 있다. 이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공식적으로 개선되고 있는데, 정치권이나 국민들은 반대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한편, 통계청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을 분기별로 집계하던 ‘가계동향조사’ 가 있다. 연간 공식조사인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결과 집계가 상당한 시차(1년 반 이상)가 있어 이 조사를 통해 단기간의 소득분배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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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가계동향조사는 원래 물가지수산정을 위한 조사이기에 정확한 소득 파악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었다. 또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소득이라는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하여 답변을 기피하는 사례가 지속적 늘어나 표본유지에도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그러저러한 이유로 지난 문재인 정부에는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이 조사를 두 번이나 개편하였지만 소득불평등의 수준과 추이는 오히려 오리무중으로 알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첫 번째 표본 개편 이후, 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소득분배의 개선을 기대하였으나, 집권 2년차인 2018년 초에 역대 최악의 결과가 나오자 당시 통계청장을 경질하였다.

이후 새 청장이 2019년부터 100억 이상을 투입하여 새 통계를 작성하자,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소득불평등도가 양호한 국가로 바뀌었다. 통계를 바꾸었더니 불평등한 나라에서 갑자기 평등한 나라로 바뀐 것이다. 이 두 번째 조사의 표본은 첫 번째 조사의 표본에 비하여 빈곤층의 비중을 확연하게 줄었으니, 소득불평등은 좋아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지난 2년간 국가 통계에 벌어진 코메디 같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바가 있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 소득불평등의 수준과 변화조차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할 수 있겠는가?

감사원은 올 연말에 통계청을 감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앞서 말한 가계동향 표본 변경 등 분배통계 왜곡 문제가 주요 감사대상이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는다 하니 정말 다행이다. 객관적인 통계는 올바른 정책의 출발과도 같다. 통계청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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