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집도 부순다"…힌남노 북상에 역대급 피해 우려 초긴장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재해대책상황실에서 2일 관계자들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재해대책상황실에서 2일 관계자들이 태풍의 예상 진로를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풍 ‘힌남노(HINNAMNOR)’가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국내 상륙이 예보된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맞게 될 제주도에는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제주에는 5∼6일 태풍 영향으로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많은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2일 제주도는 이날 오전 8시 부로 태풍 '힌남노' 북상에 따른 비상 1단계 근무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도는 상황별 비상 체계를 가동하고 유관기관과 인력·물자 동원을 위한 협조 체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예방순찰과 점검을 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510㎞ 해상을 지나 시속 5㎞ 정도로 북상하고 있다. 힌남노는 현재 중심기압 935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49㎧(시속 176㎞)를 나타내며 '매우 강'으로 분류됐다. 다만 해수면 온도가 높은 동중국해를 지나면서 오는 4일 오후께 다시금 '초강력 태풍'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2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해안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2일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해안에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힌남노가 5일 오후 3시께 서귀포 남남서쪽 350㎞ 부근 해상으로 접근하며 제주 지역이 강풍반경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힌남노가 우리나라에 상륙할 때 중심기압이 925hPa, 최대풍속이 51㎧(시속 184㎞)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대명사'인 1959년 '사라'나 2003년 '매미'가 상륙했을 때 중심기압보다 낮다.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한 태풍이다.

힌남노가 얼마나 큰 피해를 줄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비교적 일찍부터 예보가 이뤄져 대비할 시간이 마련된 점은 다행스러우나 지난달 워낙 많은 비가 내려 수해가 누적된 점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추석 때 덮친 사라…849명 사상


1959년 9월 12일 발생한 사라는 발생 사흘 뒤 최대풍속이 고속철도 최고 속력과 비슷한 시속 305㎞(약 85㎧)에 달하고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섬을 지날 때 중심기압은 908.1hPa에 그칠 정도로 강했던 '슈퍼태풍'이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열대저기압 분류(SSHWS)’상 가장 높은 5등급에 해당했다.



사라는 같은 달 15일부터 18일까지 국내에 영향을 끼쳤는데 하필 그해 추석이었던 17일에 남해안 상륙으로 영남지역은 쑥대밭이 됐다. 당시 부산에서 측정된 사라 중심기압은 951.5hPa에 그쳤고 풍속은 50㎧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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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떄문에 사라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고 국내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사람은 849명에 달했다. '최악의 태풍'을 꼽을 때 사라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다. 다음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태풍은 1972년 8월 발생한 ‘베티(550명)’와 1987년 7월 발생한 ‘셀마(345명)’다.

비의 태풍 ‘루사’…강릉에 하룻동안 870㎜ 쏟아부어


2000년대 들어서는 2002년 8월 '루사' 인명피해가 가장 많았다. 루사는 2002년 8월 30일부터 사흘간 강원을 중심으로 전국을 강타했다. 사망·실종자는 246명 나왔고 이재민은 8만8000명 발생했다. 재산피해액은 5조1419억원으로 이는 역대 국내 영향 태풍 재산피해액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루사가 국내로 진입할 당시 남해상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2~3도 높은 26도로 강한 세력이 유지됐고 이에 정말 많은 비를 내렸다. 특히 루사로 인해 2002년 8월 31일 강릉에 870.5㎜ 비가 온 것은 우리나라 역대 일강수량 최고치 기록이다.

워낙 많은 비를 뿌린 루사는 '비의 태풍'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루사 영향으로 2002년 8월 31일 제주 제주시 고산 일최대풍속이 43.7㎧(시속 157㎞)에 이르기도 했다.

바람의 태풍 ‘매미’…가을태풍이 더 강력하다


이듬해 9월에는 ‘매미’가 찾아왔다. 당시 재산피해액은 4조2225억원으로 루사 다음으로 컸다. 매미는 '바람의 태풍'으로 불리는데 매미의 영향으로 2003년 9월 12일 고산 일최대풍속이 51.1㎧(시속 185.5㎞)를 기록했다. 이는 일최대풍속으로 따졌을 때 '태풍의 영향으로 가장 강하게 관측된 바람'이다.

최대순간풍속은 최고 60㎧(2003년 9월 12일·고산)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순간풍속으로는 두 번째로 빠른 것이다.

피해가 큰 것으로 세 손가락에 드는 사라·루사·매미는 '가을태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가을태풍이 더 강력한 기상학적 이유는 하지와 추분 사이 북태평양 적도 인근 태양고도가 높아 햇볕이 매우 강하게 내리쬐면서 해수면 온도가 연중 가장 높아진다는 점이다.

태풍이 주로 발생하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니 강한 태풍이 더 많이 발생한다. 높은 해수면 온도는 태풍이 북상할 때 세력을 유지·증대할 수 있도록 해준다.

기후변화로 가을태풍이 늘어나고 그 강도도 세질 것으로 보인다. 인제대 대기환경정보공학과 정우식 교수가 2020년 한국대기환경학회지에 낸 논문에 따르면 1954~2003년, 2002~2010년, 2011~2019년으로 시기를 나눠 한반도 영향태풍을 분석한 결과 6~8월 한반도 영향 태풍은 줄었고 9~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비율은 1954~2003년 20%에서 2002~2019년 31.6%로 급증했다. 또한 가을태풍 강풍 영역이 최근 들어 확대되는 경향도 발견됐다.


박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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