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가 15억 원을 넘는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으며 ‘거래 멸종’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온기를 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초고가로 분류되는 15억 원 초과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핵심 입지의 시장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현행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조항이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집값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4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열리는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관계 부처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 포함된 시가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는 시가 15억 원이 넘을 경우 정비 사업 등을 통해 새로 짓는 주택에 한해 이주비·중도금 집단대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별 매수자가 제1·2금융권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기에 초고가 주택 구입을 위해 대부업체(제3금융권)를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이번 대출 규제 완화가 시행되면 초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송파구 등 주요 지역은 물론 수도권 주요 입지에서 거래가 다소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주택 거래가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인중개업을 비롯해 인테리어·이사 등 유관 업종의 숨통도 트일 것으로 점쳐진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집값이 내리는 추세지만 서울 평균 집값은 11억 원 정도”라며 “강남 3구나 마용성 등 주요 지역 30평대 아파트는 15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번 대출 규제 완화는 시장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 정부에서 고가 주택의 기준을 9억 원, 15억 원으로 보고 구간별 대출 규제를 했는데 집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사실상 집을 사지 말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반시장적 규제를 정상화한다는 차원에서 (완화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한 방’이 되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의 공포가 여전하고 DSR 규제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이 가능해져도 DSR이 걸려 있기 때문에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어나기는 어렵다”며 “이미 기존 자산이 어느 정도 있거나 소득이 높아 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