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라면에 김밥 한 줄이요.”
저렴하지만 든든한 ‘외식 한 끼 조합’으로 사랑 받아온 라면과 김밥이 점점 주문하기 부담스러운 메뉴가 되어가고 있다. 올 들어 ‘공포’ 수준의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과 김밥 가격마저 줄줄이 인상된 탓이다. 주머니 사정이 힘든 학생과 바쁜 직장인들이 천원 지폐 몇 장으로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던 ‘천국’ 같은 분식집에도 ‘물가 지옥’의 먹구름이 드리운 지 오래다.
7일 팔도는 다음 달 1일부터 12개 브랜드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라면 가격을 평균 7.8% 올린 이후 13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공급가 기준 주요 제품의 인상 폭은 팔도비빔면 9.8%, 왕뚜껑 11%, 틈새라면빨계떡 9.9% 등이다. 팔도 관계자는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 원가 압박이 커졌다”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라면업계 1위 농심(004370)도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라 24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하자 오는 15일부터 약 1년 만에 대표 제품 신라면(10.9%)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3%올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농심을 신호탄으로 다른 업체들까지 라면값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 하는 모습이다. 라면 가격이 오르면 분식집 등에서 판매하는 조리 라면 가격도 추후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00원의 행복’의 대표 메뉴였던 김밥도 3000원을 돌파했다. 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8월 서울의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046원으로 7월(2969원)보다 2.59% 올랐다. 1월 2700원대였던 김밥 가격은 올 들어 불어닥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속에 급속하게 뛰었다. 이 수치는 기본 메뉴의 평균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가 매장에서 체감하는 김밥 물가는 3000원보다 훨씬 더 비쌀 것으로 보인다.
‘부담스러운 김밥 값’은 각종 채소 가격 인상의 영향이 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시금치와 당근, 오이 등 김밥 주재료의 소매가격은 7일 기준 1년 전과 비교해 35% 이상 올랐다. 특히 시금치의 kg 당 가격이 1년 전 1만 8252원에서 3만 870원으로 70% 가까이 뛰었는데, 7000원 대에 거래되던 연초와 비교하면 상승 폭은 무려 335%에 달한다.
주요 농작물의 출하량 감소와 함께 고환율에 따른 수입 원자재 부담 심화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식품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과 외식 물가 추가 상승은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에 원·달러 환율 상승 추세까지 겹치며 당분간 가공식품·외식 물가 상승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8.8%로 1992년 10월(8.8%)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