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국책 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발(發) 수요가 둔화하는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경기마저 하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한국 경제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월 경제동향을 통해 “서비스업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대외 수요가 둔화되며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7~8월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보다 어두워진 것이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대외 여건이 한층 악화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6월 중국 상하이의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풀렸는데도 중국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며 “최근 중국 청두와 선전에까지 봉쇄 조치가 내려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두와 선전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7%와 2.6%를 차지하는 경제도시다.
중국의 수요가 둔화하며 우리 수출 증가세가 약해지고 있다. 8월 수출 증가율은 6.6%로 7월(9.2%)보다 낮았다. 특히 일평균 수출액의 증가 폭이 13.9%에서 2.2%로 크게 둔화했다. 대(對)중국 일평균 수출액 증가 폭이 7월 1.5%에서 8월 -9.4%로 감소 전환한 영향이 크다.
이런 상황에 반도체 경기까지 악화했다. KDI는 “반도체 산업의 경기 하강을 시사하는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며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7월 반도체 산업의 가동률은 119.5로 고점이었던 4월에 비해 14.3% 떨어졌다. 반면 재고율(출하 대비 재고 비율)은 6월 63.0%에서 7월 95.7%로 급등했다. 7월 반도체 수출 가격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8.5% 하락해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