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육 예산 모럴해저드 막으려면 교육감 선출 방식 바꿔라


방만하게 운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하려면 현행 교육감 선출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기획재정부와 교육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교육재정의 근본적인 개편안으로 현행 시도 교육감 선출제를 폐지하는 대신 교육감을 지방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뽑거나 지자체장 임명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표를 얻기 위해 선심 정책을 쏟아내 모럴해저드를 조장하는 일선 교육감들이 외려 교육재정 개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로 구성돼 유초중고 지원에 쓰이는 교육재정교부금은 학령인구 감소에도 해마다 급증해 예산 낭비를 부추기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초중고 학생 수는 2013년 657만 명에서 올해 532만 명으로 줄었지만 교육교부금은 같은 기간 41조 원에서 81조 원으로 두 배나 늘었다. 반면 한국의 고등교육 예산은 2019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0.7%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GDP의 1.0~1.1%에 크게 못 미쳤다. 일선 교육청은 넘쳐 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일회성 지원에 퍼붓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신입생에게 태블릿PC나 교복비 등을 나눠줬고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10만~30만 원씩 현금을 뿌린 곳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예산을 다 쓰지 못해 쌓아둔 돈이 지난해 6조 6000억 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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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예산 낭비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며 교육교부금 중 교육세를 대학에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들은 교부금 용도 확대에 제동을 걸고 있다. 게다가 교육감 선거는 진영·이념 대립으로 점철되면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아 ‘깜깜이 선거’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현행 교육감 선출 방식을 바꿔 지방 교육재정도 지자체의 감독·관리를 받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KDI는 학령인구 및 GDP를 반영해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을 바꾸면 2020년부터 2060년까지 1046조 원의 국가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를 통해 국가 채무 비율도 GDP의 144.8%에서 116.6%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 건전성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교육 분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교육교부금 비율을 줄이는 방향으로 산정 방식을 바꾸고 사용처도 대학 등으로 확대해 고급 인재 양성과 초격차 기술 육성에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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