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삼중고’ 덮친 철강업계…환율급등·수요부진·침수피해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태풍 힌남노 피해 현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생산시설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태풍 힌남노 피해 현장인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생산시설 복구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가 고환율과 철강 수요 부진에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로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가동 중단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 제품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제조업 전반으로 연쇄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침수 피해로 지난 6일부터 가동이 중단된 고로 3기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재가동한다.

포스코는 전날까지 수전변전소·선강변전소 정상화, 담수·정수 공급 개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 등 고로 재가동에 필요한 복구 작업을 마쳤다.

1973년 쇳물 생산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포항제철소의 고로 3기가 모두 멈추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포스코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복구작업에 매진하며 고로 재가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로는 5일 이상 가동되지 못하면 내부의 쇳물이 굳어버리면서 재가동에 3개월 이상이 걸리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열연·냉연강판 등을 생산하는 후공정 설비들이 모두 침수로 파손된 상태이기 때문에 고로에서 쇳물을 생산한다고 하더라도 정상적인 철강제품 생산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열연 등 철강제품 생산라인을 100% 정상 가동하는 데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포항제철소의 조강 생산량이 연간 1685만t 수준으로, 국내 전체 조강 생산량의 3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기사



조선용 후판(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의 생산에 필요한 냉연강판,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선재 등 현재 생산 중인 철강제품의 종류도 광범위해 자칫 산업계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태풍으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일부 지역이 침수되면서 봉형강 및 중기 제품 제조 생산이 일시 중단됐고, 동국제강은 포항공장의 형강 제조 공정 일부가 침수돼 지난 6일 하루 출하량이 30%가량 줄었다.

이번 침수 피해는 하반기 들어 철강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가격 하락과 환율 급등으로 고전 중인 철강업계의 업황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강판의 국내 유통가는 지난 2일 기준 각각 t당 105만원, 106만원이다. 이는 각각 t당 126만원이었던 3개월 전에 비해 17%가량 하락한 것이다.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철강 수요가 감소하고 철강재의 주원료인 유연탄과 철광석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한국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연탄(원료탄 가격은) 올해 3월 t당 67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일 기준 273.5달러까지 하락한 상태다. 또 철광석 가격은 지난 3월 159.79달러를 기록한 뒤 등락을 거듭하면서 지속해서 하락해 지난 2일 기준 9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여기에다 환율 급등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계는 철광석 등 원재료를 수입해 만든 철강 제품을 대부분 국내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자재를 지속해서 수입해야 하는 사업 구조로 인해 환율과 원료 가격 등 외부 요인에 의한 수익성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


이현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