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조울증 아내가 폭행…이혼 할 수 있나요?" 변호사의 대답은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조울증에 걸린 아내에게 폭행 당하고 있다며 이혼하고 싶다는 한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상담한 변호사는 “이혼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최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어머니의 조울증을 이유로 아버지가 이혼하고 싶어 한다는 A씨의 사연이 다뤄졌다. A씨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초기 암으로 투병한 남편을 간호해 회복할 수 있도록 돕거나 시부모를 정성껏 모시는 등 40년간 가정에 최선을 다했다. A씨는 “주변에서도 어머니는 ‘효부’라며 소문이 자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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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5년 전 어머니가 조울증 진단을 받으면서 A씨 가족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어머니가 화를 내다가 살림살이를 부수거나 남편 몰래 큰돈을 다단계에 투자해 돈을 날리고, ‘아버지가 이웃과 춤바람이 나서 못 살겠다’며 의심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급기야는 남편을 폭행하기도 했다고 한다. A씨는 “아버지께서 처음엔 어머니가 젊은 시절 고생이 많았다고 하시면서 퇴직 후 시골에 가서 어머니를 정성껏 돌보셨는데, 최근 들어서는 ‘걸핏하면 나를 때려서 도저히 못 살겠다’, ‘이러다 내가 죽겠다. 이혼해야겠다’고 하셨다”고 했다.

실제 판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서울가정법원은 A씨 아버지와 유사한 이유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40대 여성에 대해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이 여성은 결혼 20년 차로, 그의 남편은 실직과 사업 실패로 7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았다. 치료 후 일시적으로 호전됐지만, 다시 남편이 조울증으로 인해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살림살이를 부수고, 이웃 주민과 싸우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이혼 소송을 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서울가정법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남편이 정상인의 행동으로 볼 수 없는 수많은 일을 저질러 부인이 정신적, 경제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면서도 “남편이 한 대부분의 행동은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조울증 상태에서 한 것으로 이를 이혼사유로까지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남편이 질병의 심각성과 가족들의 피해를 인식한 뒤 치료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정상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여성이 주장한 이혼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정신질환이 너무 심각한 정도여서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법원이 이혼을 인정하기도 한다.

김선영 변호사는 “최근 법원에서는 고령인 부부의 경우 상태나 회복 가능성 유무보다는 상대방 배우자의 부양 의무를 강조해서 이혼 청구를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이라며 "A씨 어머니가 집기를 부수고 아버지에 폭력을 가하는 부분이 있지만, 아버지 병간호 등 젊은 시절 몸과 마음고생을 한 것이 발병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어서 아버지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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