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하던 여성 역무원 동료를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피의자 A(31) 씨는 피해자 B(28) 씨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받던 상태였다. A 씨는 불법 촬영을 목적으로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돼 직위 해제됐다.
15일 서울 중부경찰서는 서울 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A 씨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A 씨는 범행에 앞서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흉기를 든 채 1시간가량 화장실 앞에서 대기하다 B 씨가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 들어갔다. 경찰은 범행 전 A 씨의 동선을 확인한 뒤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A 씨의 계획범죄를 입증할 단서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B 씨는 화장실 비상벨로 역무실에 신고했고 신고를 받은 역 직원은 112와 119 신고 및 현장 출동으로 대응했다. 역사 직원 2명, 사회 복무 요원 1명, 주변 시민 1명이 현장에서 가해자 A 씨를 진압했다. 신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B 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고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께 수술 중 사망했다.
A 씨와 B 씨는 서울교통공사에 함께 재직했던 입사 동기였다. A 씨는 올 2월 화장실에 불법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돼 직위 해제됐다. 올 1월에도 B 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스토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재판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14일 범행을 저질렀다. 검찰은 지난달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A 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B 씨의 경찰 신고 이후 신변 보호 시스템 등록 등 선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정 조치, 스마트워치 지급, 연계 순찰 등 다른 조치는 B 씨 본인이 원하지 않아 이뤄지지 않았다. 안전조치 기간 중 특이 사항이 없었고 피해자가 연장을 원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안전조치 해제는 피해자의 해제 요청이 있더라도 종료 시점에 위험성이 계속 존재하는 경우 재심의를 거친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로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A 씨가 B 씨에 대해 원한을 갖고 보복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한편 5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토킹 검거는 481건으로 2016년 604건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준이다. 데이트 폭력 신고는 2020년 기준 1만 8945건으로 2016년의 9364건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