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한 달이 이코노미스트와 트레이더들에게 제일 바쁜 시기가 될 것 같습니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낸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HOR)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달 20~21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다음 달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앞으로 약 한 달이 한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중요한 시기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김 전 차관은 10월 7일 한국 국제수지 발표, 10월 11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등을 주요 일정으로 꼽았다. 특히 미 CPI의 전월 대비 수치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차관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9월 27일 나오는 한국 기대인플레이션, 10월 5일 발표될 한국 소비자물가지수도 다음 달 금통위 전에 눈여겨봐야 할 지표다.
당장 이번 주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를 포함해 13개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한다. 미 연준의 FOMC 결과가 가장 중요하지만 영국중앙은행(BOE)과 일본은행(BOJ)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경제 펀더멘탈 불안으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BOE 통화정책 결과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촉발할 수 있다. 일본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경우에도 강달러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외환 당국이 원·달러 환율 1400원 고지를 지키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미 연준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1400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외환 당국은 지난 15일과 16일 원·달러 환율을 내리기 위해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같은 실개입과 구두개입에도 환율은 1390원대를 넘나들며 1400원을 여전히 위협하기 때문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외환 당국의 대규모 달러화 매도가 1400원 상회를 막았으나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다음 달로 예정된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당분간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올리겠다”라며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은 상태다. 그러나 9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펀더멘탈 대비 빠른 속도로 오르면서 1400원을 위협하자 일각에서는 빅스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나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빅스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통위가 이번에도 빅스텝을 할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해 올해 2분기 말 기준 187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2%포인트 인상하면서 가구당 평균 이자 부담은 130만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에 그나마 버티던 소비마저 꺾이면서 내수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예고대로 25bp를 올리면 외환위기, 50bp를 올리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진단마저 나온다. 25bp 인상에 그친다면 환율이 급등해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뤄지고 다시 환율이 오르면서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50bp를 올린다면 가계 부채 부실화가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다고 한다.
김 전 차관은 “미국과 한국 중앙은행 간 금리 결정 기간이 3주간 차이가 나면서 그사이에 양국 간 금리 격차가 환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은 금통위원들은 아마 올해 회의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