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 규모가 30년 전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올해 환율이 1달러에 140엔 수준이 되면 달러 환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1992년 이후 30년 만에 4조 달러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일본의 명목 GDP를 553조 엔(약 5366조 원)으로 전망했다. 이를 1달러당 140엔으로 계산하면 3조 9000억 달러에 그친다. 3조 8500억 달러로 예상되는 독일과 큰 차이가 없어 조만간 경제 대국 3위 자리도 내줄 수 있다. 최근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0엔을 넘어 닛케이의 예상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경제의 쇠락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력이 떨어진 데다 혁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1%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총인구도 2009년 정점을 찍은 뒤 13년째 감소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기술력 향상을 소홀히 한 채 엔고(円高) 탓에 수출이 어렵다는 불평만 되풀이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동조해 계속 엔저를 유도해왔다. 2020년 기준 일본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OECD 38개 회원국 중 23위이며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고령화 속도, 잠재성장률 하락 등은 일본과 닮은꼴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의 터널 속에 있다. 1990년대 7%대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았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것도 1990년대 중반의 일본과 닮아 있다. 인구구조와 경제 기조 변화에 대응해 서둘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점화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주춤거리는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과감한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 등으로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전략산업에 필요한 고급 인력 육성과 초격차 기술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