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경찰서 조사실. 강도창(손현주 분) 경사와 오지혁(장승조 분) 경위가 최용근(박원상 분) TJ그룹 법무팀장과 마주했다. 이는 경찰출신인 최 팀장이 조직폭력배 기동재(이석 분)에게 살인 교사를 했는지 등 혐의를 취조하는 자리였다. 침묵이 흐르던 순간, 강 경사와 오 경위가 기동재의 휴대전화기에 담긴 녹취록을 제시했고, 조사실 내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최 팀장이 기동재에게 정희주(하영 분)의 사체를 처리하라고 지시한 과정이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 팀장은 기동재에게 정씨 사체가 연쇄살인범이 지금까지 살해한 모습과 비슷한지를 물었다. 또 ‘장갑은 착용했는지’와 ‘족흔(足痕)을 남기지 않기 위해 조치를 했는지’ 등도 질문했다. 심지어 “왔던 길 그대로 나가라”거나 “DNA가 남을 수 있으니, 반드시 차를 물에 담구라”는 지시도 내렸다. 기동재가 정희주 사체를 처리하면서 혹시 모를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최 팀장이 꼼꼼히 상황을 지시·감독한 셈이었다.
최 팀장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오 경사는 “20대 미모의 대기업 직원이 실종되거나 시체가 발견될 경우 주변 수사를 원천봉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연쇄 살인범의 희생자로 만드는 게 아니냐”며 당시 상황에 대해 추궁했다. 특히 “경찰로부터 연쇄살인 현장 사진을 보내 기동재에게 보내고, 그(기동재)는 (최 팀장에게) 지시받은 데로 그대로 실행한 게 아니냐”고 압박했다. 강 경사도 “주인이 기동재로 증명된 휴대전화기에서 녹취된 내용이다”, “(기동재의) 자백이 없어도, 당신이 시킨 짓이라는 건 충분히 입증된다”고 추궁했다. 하지만 최 팀장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종된) 기동재가 그렇게 이야기했냐”, “정희주는 그냥 부하직원일 뿐인데 살해 동기가 되는냐”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살인교사 정범이 될 것이냐, 사체유기 교사죄 정도만 안고 갈 것이냐”고 오 경위가 말하자 “예전에 많이 쓰던 수법이다. 넘어가는 게 순진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법정에서 판사가 할 얘기를 형사가 묻고 있다”며 “힘 빼지 말고, 나머지는 검사와 판사에게 맡기라”고 입을 닫았다. 두 사람 추궁 내용을 미리 알기라도 한 듯 침묵으로 일관한 셈이었다.
JTBC 드라마 ‘모범형사2’에서 두 형사가 최 팀장이 저질렀다고 의심하는 건 살인·사체유기 등 교사 혐의다. 형법 제31조(교사범)에서는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누군가를 교사해 타인을 살해할 경우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 살해)에 따라 지시자와 이행자를 사형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는 방식이다. 다만 형법에서는 ‘▲교사를 받은 자가 범죄의 실행을 승낙하고 실행의 착수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 교사자·피교사자를 음모 또는 예비에 준해 처벌한다’고 담고 있다. ‘○○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등 형법상 혐의에 따로 명시된 규정이 있을 때에만 처발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촉탁살인을 예비 또는 음모한 자에 대해서는 형법상 규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것이다. 살인 등 범행 지시를 받은 자가 실행을 승낙하지 아니했어도 교사자에 대해서는 음모·예비에 준해 처벌하고 있다. 실제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를 지시한 것 만으로도 교사죄가 성립해 처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