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고액 체납자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에 제공할 때 체납자가 아닌 가족의 모습을 내보내는 것은 인격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지방세 체납자 압수수색 보도자료를 내며 체납자가 아닌 배우자의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한 진정 건과 관련해 관련자의 인격권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직무교육을 하고 예방 지침을 제정해 시행하도록 서울시장에게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방세 체납자인 진정인은 서울시가 배우자의 자택을 수색하면서 당시 잠옷 차림인 배우자와 주거지 내부를 영상으로 촬영했고, 영상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말과 달리 영상을 언론사에 제공해 보도되게 함으로써 배우자의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피진정인인 서울시는 관련 법에 따라 체납자의 체납액 약 2억 7800만원을 징수하기 위해 자택을 수색한 것이며 영상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서울시가 주거지 수색 과정을 촬영한 것은 은닉재산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집의 당위성이 인정되며, 영상을 방송매체에 제공한 것도 납세의무에 대한 주의 환기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필요성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격권 등을 침해당한 피해자는 체납자가 아닌 그 가족으로서 공인이 아닌 데다 수색 당시 재산 은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모자이크 처리를 했더라도 피해자의 지인 등은 충분히 피해자임을 인지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영상 제공 단계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 서울시가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잠옷을 갈아입게 하거나 최소한 가택의 형상 등을 피해자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처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