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이란 '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항의시위 격화…“진상규명 촉구” 목소리 커져

히잡 화형식 등 시위 격화

경찰 발포로 사망자 발생

국제사회 진상 조사 촉구

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20대 여성의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지난 1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20대 여성의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란에서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돼 의문사한 사건을 두고 반정부 시위가 연일 격화하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철저한 진상 조사를 약속했지만 그간 이슬람 율법에 억압 받아온 이란 여성들의 반발은 사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진상 규명과 더불어 이란 내 여성 인권 강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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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 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쿠르디스탄주 곳곳에서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사건에 대해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아미니가 숨진 다음 날인 17일부터 닷새 연속 계속되는 시위에서 히잡을 불태우는 화형식이 진행되는 등 사태는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분노에 찬 일부 시위대가 차량과 기반 시설을 부수며 경찰이 최루탄 등을 사용해 진압에 나선 가운데 경찰의 발포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미니는 이달 13일 테헤란에 사는 친척을 방문했다가 히잡으로 머리를 완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의 복장을 단속하는 ‘도덕 경찰(morality police)’에게 체포됐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미니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쓰러져 사흘 만에 숨졌는데, 사망 원인을 두고 심장마비를 주장하는 경찰과 구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유족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제사회도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다 알나시프 유엔인권사무소(OHCHR) 부대표는 “이란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쓴 여성들을 구타했다는 보고가 접수된 바 있다”며 “이번 의혹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나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시위대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이 비판의 목소리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접속을 막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란에 위성 인터넷서비스 ‘스타링크’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에 제재 면제를 요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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