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 인수합병(M&A)을 위해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난다. 삼성전자의 초대형 M&A가 조만간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영국에서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ARM 인수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 달 손 회장이 서울로 온다. 아마 손 회장이 제안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영국 체류 중 ARM 경영진과의 만남 여부에 대해서는 “만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M&A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2020년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처음 밝힌 지 1년 9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이 ARM 지분 75%를 가진 손 회장과 회동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와 소프트뱅크 간 M&A 논의가 상당 부분 진전됐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이 다양한 M&A 후보군 가운데 반도체 회사, 특히 IP 분야 업체를 언급한 것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연 매출 3조 8000억 원 규모의 기업으로 세계 모바일기기용 반도체 70% 이상에 ARM의 IP가 탑재됐을 정도로 업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행보는 2019년 발표한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세계 1위를 달리는 메모리 사업을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칩 설계용 IP 사업 강화로 시스템반도체 전반을 아우르는 초대형 반도체 회사로 도약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ARM은 반도체 M&A 시장에서 화두가 된 기업이기도 하다. 2월 엔비디아의 인수가 무산된 후 SK하이닉스·인텔·퀄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인수에 뛰어들었다. 향후 삼성은 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M&A에 나설 공산도 크다. 한편 이 부회장은 회장 승진 여부에 대한 질문에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