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은 '빅스텝' 시사…"가을 금리폭탄 오나" 영끌족 패닉

■1400원마저 뚫린 원·달러 환율, 고민 커지는 한은

한경연 "내달 환율 1434원" 전망…시장선 "1500원 열려"

美 연말 금리 4.4% 가능성, 韓 '베이비 스텝'땐 격차 커져

자본유출 가능성 확대…한은 '금리인상 폭 궤도수정'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지난해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자평했던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도 꼬여버렸다. 미 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데다 한미 금리 역전 폭과 기간 모두 과거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원화 약세가 물가를 밀어올리는 가운데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자본 유출 가능성도 커졌다. 물가 상승에도 가계부채 등을 우려해 연말까지 25bp(1bp=0.01%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한은의 계획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원 50전 급등한 1409원 7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1997~1998년 외환위기,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역대 세 번째 환율 1400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장 출발과 함께 14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장중 최고 1413원 40전까지 상승했다. 장중 가격 기준으로 2009년 3월 31일(1422원) 이후 최고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복현(왼쪽부터)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복현(왼쪽부터) 금융감독원장, 이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결국 레드라인 1400원을 넘은 환율은 다음 고점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제어 불가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5bp 올린다면 환율이 1434원 20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미 1500원 이상을 내다보고 있다. 이날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국내 금융·외환시장에서 연준의 정책금리 긴축의 폭과 속도에 대한 기대 변화, 달러·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움직임, 중국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큰 폭의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스스로 힘들어 금리 인상을 중단하거나 속도 조절을 하지 않는 이상 환율이 진정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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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연말 정책금리가 4.4%까지 오를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 역시 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은이 올해 남은 두 번(10·11월)의 금통위에서 모두 25bp씩 금리를 올려도 기준금리는 3.0%에 그친다. 미국이 11월 0.75%포인트(자이언트스텝), 12월 0.5%포인트(빅스텝)를 올릴 경우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이 100bp 이상 확대되거나 기간이 1년 이상 지속된다면 시장 불안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빅스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도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직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연준의 최종 금리가 4%대로 어느 정도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한 달 만에 많이 바뀌어 상당 폭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금리를 25bp씩 올린다는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예고)의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금통위원들과의 협의를 강조했지만 사실상 10월 빅스텝을 예고한 셈이다. 국고채 금리도 빅스텝 가능성을 반영해 4%대로 올랐다.

한은은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세 차례 시기 모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던 만큼 대규모 자금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속도가 이토록 빠른 시기에 금리가 역전된 적이 없었던 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경제의 급격한 둔화 가능성, 신흥국 불안 등으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대규모 무역적자에 경상수지마저 흔들리는 모습이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8월 경상수지가 다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과거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시기와 비교했을 때 대외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 이번에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연내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연속적인 빅스텝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187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높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 수출 둔화로 인한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가파른 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백인석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은 “한미 금리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만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면 장기적으로 더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최근의 무역수지 악화는 위험 신호일 수 있지만 이는 통화정책이 아닌 정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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