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데 아쉽다. 애매한 웃음 타율이다. 유쾌한 풍자로 배꼽도둑 역할을 톡톡히 해낸 전편에 대한 그림자 때문일까. 영화 ‘정직한 후보2’가 부담을 잔뜩 안고 돌아왔다.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 개봉한 작품의 속편이다. 전편은 제대로 비수기를 맞은 극장가에서 선전하고, IPTV·OTT서비스 등으로 입소문을 탔다. 맛깔나는 연기로 원맨쇼를 펼친 주연 배우 라미란은 이듬해 청룡영화상에서 코미디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여우주연상을 탔다.
큰 기대 속에 공개된 속편은 서울시장 선거에 떨어지고 백수가 된 주상숙(라미란)의 모습을 그린다. 주상숙은 우연히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하고 강원도지사로 화려하게 복귀한다. 그는 이전의 과오를 만회하려 정직하게 일하려 하지만, 권력의 맛에 취하고 다시 거짓말을 못하는 이른바 ‘진실의 주둥이’가 된다.
작품이 전편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회심의 카드로 꺼내든 것은 ‘진실의 쌍 주둥이’다. 거짓말을 못하는 주상숙이 폭주할 때마다 뒤치다꺼리하던 박희철(김무열)까지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 박희철은 말이 똥처럼 나온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며 곤란에 처한다.
주상숙이 정치가에서 행정가로 배경이 바뀌며 스케일도 커졌다. 대통령과 북한 최고위원까지 나서고, 전시 행정, 부동산 투기, 환경 이슈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나열된다.
이처럼 이야기를 확장시키기 위한 곁가지는 화려해졌다. 문제는 핵심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진심이 툭 튀어나온다는 설정을 반복하며 관객들이 지루해지지 않게 ‘진실의 쌍 주둥이’를 투입한 것인데 뚜렷한 활용성이 보이지 않는다. 박자를 잃어버린 듯한 호흡이 이어지니 웃음 포인트가 애매해졌다. 작품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장면은 흐릿하다.
주상숙 캐릭터에 대한 공감 부족도 패착이다. 전편에서는 거짓을 일삼는 주상숙을 위해 할머니가 소원을 빌어 마법에 걸리게 되고,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던 주상숙이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바로잡게 되는 과정이 명확했다. 여기에 부패한 정치인이지만 처음부터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는 것, 혼외 자식도 가슴으로 품는 따뜻한 구석도 있다는 것 등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공감을 샀다.
반면 2편에서는 많은 것을 생략하고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겼다. 몰래카메라로 밝혀진 주상숙의 민낯은 뜬금없이 충격적이고,뚜렷한 계기 없이 흐지부지 잘못을 주워 담으려고 하는 행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서사는 아쉽지만 명불허전 라미란의 연기는 보석 같다.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라미란의 주상숙인 것은 분명하다. 그의 여유롭고 능청스러운 연기가 주상숙을 입체감 입게 만들었다. “나만큼 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그의 자신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라미란의 유쾌한 웃음 덕분에 자연스럽게 3탄까지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