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심(eSIM·이심) 서비스가 시작된지 한 달이 지났지만 통신 3사 전용 서비스 가입자 수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인지도·지원 기기 부족이 e심 생태계 확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e심 도입에 미적지근하던 통신사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통신 3사 e심 전용 요금제 총 가입자는 1만 명을 밑돌고 있다. 통신 3사는 9월 1일 e심 도입에 발맞춰 관련 요금제를 내놨다. SK텔레콤(017670)은 ‘마이투넘버’, KT(030200)는 ‘듀얼번호’, LG유플러스(032640)는 ‘듀얼넘버 플러스’로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월 8800원에 추가 번호와 데이터를 제공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첫 달임을 감안해도 3사 e심 월 매출이 8800만 원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라며 “마케팅비조차 거두어들일 수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통신 3사 중 e심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KT다. KT는 3사 중 가장 먼저 e심 요금제를 출시하고 TV 광고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업계는 KT e심 요금제 가입자를 타사 대비 2배 가량인 4000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KT도 투자 대비 성과는 미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타사 대비 2배 가입자를 유치했다지만 TV 광고까지 집행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현 성적표는 아쉽다”고 했다.
e심 도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던 알뜰폰 업체들도 첫 달 성과에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가입자 확대를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지원 기기 부족이다. 현재 국내 e심 지원 기기는 갤럭시Z 폴드4·플립4와 아이폰XS 이후 모델 뿐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전산 개발도 늦어지고 있다. 실제 알뜰폰 업계 첫 e심 셀프개통 서비스는 U+알뜰모바일을 통해 지난 27일에야 시작됐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편리한 가입을 위한 전산 개발이 늦어지고 e심 지원 기기도 부족해 가입자 확대에 시일이 걸릴 듯하다”고 전했다.
낮은 e심 인지도 또한 발목을 잡는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올 3월 보고서에 따르면 “e심을 대략적·구체적으로 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조사 대상의 21.1%에 불과했다. e심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이용 의향이 크게 늘어났지만 인지도 자체가 낮아 확장이 느리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광고를 집행한 KT 가입자가 가장 많다는 것은 그만큼 서비스 자체를 알릴 필요성이 크다는 뜻”이라며 “알뜰폰 업계의 마케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통신 3사가 e심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