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탈원전 부메랑…토지매입비 등 혈세로 메울판

■한수원, 매몰비용 본격 청구

천지 원전 등 6GW 건설 백지화

주민설득비 등 직접 비용 외에

늘어난 연료비 부담 감안하면

탈원전 손실 수십조원으로 불어

에너지 안보도 취약해져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공개한 ‘10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 초안에서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원전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윤석열 정부가 원전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탈원전 정책 여파로 이들 원전 건설이 실현 불가능한 카드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현 정부는 해당 원전 건설 시 총 6GW에 달하는 ‘기저 전원’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들 원전 재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지만 까다로워진 주민 수용성 및 높은 토지보상비 등 단단히 박힌 탈원전 대못에 불가피하게 관련 방침을 철회했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전 정부가 천지·대진 원전 부지 예정 구역 지정을 철회하면서 까다로워진 관련 절차 등으로 이들 원전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원전의 경제성은 보상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여타 발전 대비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29일 서울경제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는 대진 1·2호기를 비롯해 천지 1·2호기 등 조기 폐쇄되거나 건설 계획이 백지화된 원전 관련 비용 청구 내역이 잘 나타나 있다.



이미 한국수력원자력은 올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매몰 비용 7277억 원을 정부에 청구했다. 이번에 이사회 보고가 끝난 대진 원전 1·2호기 관련 비용 69억 원도 조만간 청구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부지 수용률이 20% 수준인 천지 1·2호기의 경우 2~3년 뒤에나 비용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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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1·2호기와 관련해 한수원은 2년 전만 해도 보전 비용으로 979억 원을 추산했다. 토지매각 후 회수될 비용 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근 금리 급등 등과 맞물려 관련 매몰 비용이 추가로 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탈원전에 따른 정부의 직접 지출 비용만 총 9000억 원가량이 된다는 얘기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세금으로 메우는 것인 만큼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전환 비용 보전 이행 계획’을 확정하며 한수원이 원전 인허가 취득 시 지출한 용역비, 인허가 취득 후 지출한 부지매입비, 공사비 등을 정부에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관련 예산 확보가 어려울 것에 대비해 지난해 6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력산업기반비금’을 탈원전 비용 보전에 사용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전력 기금은 전기 요금에서 3.7%를 떼어내 적립하는 일종의 준조세다.

이 같은 직접 비용 외에 탈원전에 따른 에너지 가격 부담을 감안하면 탈원전에 따른 손실은 수십조 원 규모로 불어난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간 원전 이용률이 이전 정부 대비 10%포인트가량 낮아졌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가 원전의 빈자리를 메워 발전 부문에서만 10조 20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탈원전에 에너지 안보도 취약해졌다. 원자력의 경우 발전 연료인 우라늄이 전체 발전 단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불과하다. 나머지 92%는 우리 기술로 구축된 발전 설비 등의 몫이다. 우리나라는 독일·호주·카자흐스탄 등 10개국에서 15년 단위 장기 계약으로 우라늄 원석을 수입 중이며 농축 우라늄은 프랑스·영국·러시아 등 4개국에서 20년 장기 계약으로 구매 중이다. 우라늄 수급처가 다양해 에너지 안보에도 그만큼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5년간의 탈원전으로 이런 이점을 살리기 어려워졌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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