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항공 등 주요 기간산업 기업들의 경영권이 잇따라 민간으로 넘어가는 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국책은행 아래에서 수년간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출이 억제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으나 민간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해운·항공 등 국내 기간산업 내 매각·합병 등에 따른 경영권 변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HMM(011200)은 현재 산업은행이 대주주이며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사실상 국책은행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2001년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 있다. HMM은 2016년 산업은행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아시아나항공도 산은 등 금융기관에 3조 6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산은 주도로 대한항공과 기업결합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대우조선이 한화그룹에 매각이 결정되며 21년 만에 민간 기업으로 경영권이 돌아간다. 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과 2조 원 규모의 조건부 투자 합의를 체결하고 이르면 연말께 인수 거래를 완료할 계획이다.
HMM의 대주주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민영화 관련 용역 보고서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HMM 민영화에 대한 용역 보고서를 발주해 구체적인 매각 방안, 영구채 문제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인데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HMM 민영화 원칙은 분명하지만 시기는 신중하게 가겠다”고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기업결합의 최대 난관인 글로벌 경쟁 당국의 결합 심사도 속도가 붙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시장경쟁청(CMA)은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1차 본심사에 착수하며 기업결합 진척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호주·베트남 등 9개 국가로부터 기업결합이 승인됐고 현재는 미국·중국·영국·유럽연합(EU)·일본 경쟁 당국의 승인이 남았다.
이들 기업은 주인 없는 회사로 있으면서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상당히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세계 1위 기업으로 명성이 높았지만 국책은행 지배 아래 비효율적인 경영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현대중공업에 LNG선 1위 자리를 내줬다.
HMM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3조 원, 7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해운 업계의 공통된 모습으로 오히려 글로벌 해운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인 경쟁력은 더 축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와 MSC, CMA-CGM 등 글로벌 ‘빅3’는 해운업의 핵심 인프라인 항만 터미널을 지난해 28개나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높였다. 같은 기간 HMM은 항만 터미널이 단 한 곳 늘어났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