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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13>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디자인스튜디오 '허스키폭스'

익숙함을 버리고 늘 치열하게 새로운 디자인 고민

'브랜드'는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어야

BTS 앨범 디자인으로 그래미 후보에 올라

이제는 디자이너도 셀프 브랜딩 시대

[디자이너가 만난 디자이너] 허스키폭스 인터뷰




서울 종로구의 중심부, 어느 건물 안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는 문득 바깥세상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각자의 장소와 공간에서 특별한 지금을 보내고 있을 그들과 만나 또 다른 미지의 장소와 공간을 탐험해보고자 합니다.

강남 신사동 ‘허스키폭스' 사옥에서 만난 이두희, 정기영 대표/사진=구선아기자강남 신사동 ‘허스키폭스' 사옥에서 만난 이두희, 정기영 대표/사진=구선아기자




우리는 브랜드 세상에 살고 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마시고 있는 커피,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은 모두 브랜드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제품이 있어야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브랜드가 있어야 제품에도 힘이 생긴다. 소비자에게 닿는 브랜드 파워는 그만큼 막강하다.

같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두 디자이너가 특별한 인연으로 브랜드 디자인 회사 ‘허스키폭스’를 설립했다. 허스키폭스는 대중들을 향해 ‘브랜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그려내 주목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시리즈 앨범 패키지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轉 Tear)’를 디자인,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에 후보로 올라 화재가 되기도 했다. 강남 신사동 사옥에서 이두희, 정기영 공동대표를 만나 디자인 철학을 들어봤다.



◇작업실 이야기_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을

Q. 허스키폭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이두희: 정기영 대표와 저는 같은 학교 출신 동문으로 네이버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였습니다. 직장인으로서 고민하던 것들을 나누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는데요. 직장인이라면 으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잖아요. 당시 사내에서 서로 그런 고민을 나눌 기회가 많았는데요. 덕분에 저희끼리는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됐을 때 일단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요.

정기영: 그때 두 가지 비전을 세웠는데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자’ 그리고 ‘디자인 에이전시를 세워보자 ‘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앞으로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허스키폭스를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아는 디자인 회사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Q. 그렇다면 기업에서 일할 때 그리고 허스키폭스에서 일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정기영: 인하우스 디자이너일 때는 기업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었어요. 힘들고 고되지만 멋진 일이었죠. 어느 정도 연차가 차면서부터는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디자인 회사를 꾸리면서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무척 기뻤습니다. 이를테면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브랜드나 K-POP 앨범 디자인 등 브랜딩 할 수 있는 대상의 범위가 무궁무진해져 버렸죠.

허스키폭스 로고허스키폭스 로고






허스키폭스 사원증허스키폭스 사원증




Q.그렇다면 ‘허스키폭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요? ‘허스키폭스’라는 브랜드를 소개해 주세요.

이두희: 사실은 저희끼리 술 한잔 기울이다 우연찮게 발견하게 된 이름이에요. 제가 전 회사에서 시베리아 허스키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거든요. 정기영 대표님은 여우같은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두 동물로 새로운 회사의 아이덴티를 꾸려보면 어떨까 했죠. '야생 동물과 같은 치열한 태도로 새로움을 찾는다' 는 비전을 스토리텔링하여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허스키폭스 라는 이름이 어감도 좋고 마침 도메인도 비어있어서 딱 ‘이거다!’ 싶었어요.

정기영:또 스토리를 확장시켜서 전 직원이 동물 아이덴티티를 하나씩 가지고 있도록 했어요. 메일 주소와 사원증에도 각자의 동물 아이덴티티를 담아 사용하는데요. 모두가 소속감을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됐죠. 사소한 아이디어지만 누군가에게는 우리를 각인시킬 수 있는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들도 이런 부분을 흥미롭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허스키폭스를 준비할 때 이 대표님이 그랬거든요. ‘우리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해. 좀 괴롭히고 힘들어야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아’라고요(웃음). 개인적으로도 크게 와닿았어요. 우리 스스로를 괴롭혀야 날 것의 느낌이 날테고, 그 날 선 느낌이 결국에는 엄청 큰 무기가 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죠. ‘Stay Wild for the NEW’는 허스키폭스의 모토인데요 야생에 있을 때 새로움이 나온다는 뜻입니다.익숙함을 버리고 늘 새로운 환경에서 치열하게 디자인하겠다는 저희만의 철학이에요.

Q.강남으로 사옥을 옮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두희: 저는 장소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색깔이 회사나 스튜디오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서촌에 위치한 회사라면 고즈넉하고 자유로울 것 같은 이미지. 홍대에 위치한 회사라면 젊을 것 같은 이미지 등이 있잖아요. 허스키폭스는 합정에서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클라이언트와 가까운 곳에서 규모감 있게 성장하길 원했어요. 그래서 다음 사옥 위치를 고민하다가 강남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정기영: 두희 대표가 강남으로 가자고 제안했을 때, 저 역시 브랜드의 흐름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어요. 강남은 문화적 특색이 짙은 곳이라기보다 대중적이고 소비적인 장소예요. 이런 지역 특성이 ‘브랜드의 큰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죠.

Q. 허스키폭스의 사내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정기영: 허스키폭스는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회사라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출근부터 퇴근까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또 그에 따른 보상이 만족스럽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죠. 최근에는 어느 정도 연차가 조금 되다 보니까 직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리프레시 휴가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어요.

이두희: 젊은 디자이너들이 에이전시보다 대기업을 선호한다면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그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처우와 복지일 거예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최대한 신경쓰자는 마인드를 항상 가지고 있어요. 야근은 최대한 지양하고, 불가피한 경우는 반드시 보상을 해주고 있고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서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허스키폭스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회사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 요즘 저의 최대 관심사예요(웃음).

Q. 작업하다가 집중이 안 되거나 할 때 오피스 주변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이 있나요? 자주 방문하는 장소 알려주세요.

정기영: 허스키폭스 디자이너들은 도산공원을 주로 많이 갑니다. 그쪽에는 아무래도 새로 오픈하는 팝업 스토어들이 많고 카페나 예술 관련 공간들도 많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림을 좋아해서 옥션과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작업 이야기_본질과 맥락을 담아

Q. 외주 작업을 제안받는 경로는 주로 어떻게 되나요?

정기영: 허스키폭스의 아이덴티티 정립이 끝나고 초반에는 sns를 통해 조금씩 PR을 했어요. 특히 주변 인맥을 통해 소식을 전했는데 그런 루트를 통해서 연락이 조금씩 오기 시작했죠. 허스키폭스의 이름을 건 포트폴리오가 없던 시절이라 저희 개인 포트폴리오로 클라언트에게 실력을 증명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반신반의하던 클라이언트가 1차 미팅 끝에 저희 작업을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고 덕분에 꾸준히 다양한 작업을 함께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일이 있으면 저희를 계속 찾아주시고 저희는 나름대로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계속 증명하는 과정을 거쳤죠.

이두희: 그렇게 허스키폭스의 포트폴리오가 켜켜히 쌓이고,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성공적으로 마친 프로젝트가 클라이언트 측 실무진에게 기분 좋은 경험이 될 때 보람을 많이 느껴요. 그분들이 허스키폭스와 함께 일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좋고 진행 과정이 매끄럽고 완성적이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더 나아가 업계에서까지도 좋은 평가를 받을 기회가 생기는 거겠죠. 요즘에는 그와 별개로 아무 접점이 없는 분들이 포트폴리오를 보고 연락 주시기도 해요. 그래서 ‘기회가 닿는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 또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죠(웃음).

Q. 허스키폭스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이두희: 프로젝트별로 디자이너 맨파워를 고려하여 TF팀을 만들고 저희가 각각 투입되어 디렉팅을 하고 있어요. 직원들이 담당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한 번에 한 가지 프로젝트에만 참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아웃풋의 퀄리티뿐 아니라 디자이너들의 워크 밸런스도 좋아지거든요.

Q. 어느 정도 경쟁하는 분위기가 있겠네요.



정기영: 그건 어느 디자인 회사를 가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경쟁이 사실은 마냥 부담스럽거나 버거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포인트가 반드시 따라오니까요. 프로젝트를 잘 해내야겠다는 책임감도 샘솟게 하고요. 경쟁보다는 스스로를 계속 증명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허스키폭스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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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랜딩 작업을 진행할 때 허스키폭스만의 비주얼적인 정체성이나 색깔을 담는 노하우가 있나요?

이두희: 사실 브랜딩 작업을 할 때 디자인 스타일로 우리의 자아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브랜드 정체성과 클라이언트의 의견이 우선이고 거기에 우리의 스타일이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만의 색깔은 배제하고 백지인 상태에서 시작을 하죠. 우리가 제안하는 디자인이 브랜드에 적합한 옷인지를 주로 고민하는 편입니다.

정기영:항상 브랜드가 주인공이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브랜드 성격에 따라서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대중들에게 ‘브랜드’는 쉬운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허스키폭스의 디자인은 쉽지만 결과물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복잡하고 힘듭니다. 클라이언트에게 많은 것들을 설득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도 무척 좋아야 하기 때문이죠.

이두희: 그래서 굳이 저희만의 ‘차별점’을 꼽자면 대중들에게 브랜드의 어렵고 복잡한 스토리를 쉽게 정리해서 보여준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스토리텔링이라고 하죠. 저희는 브랜드 혹은 제품의 본질과 맥락을 잃지 않고 끝까지 끌고 나가기 위한 액션들이 몸에 축적돼 있어요. 누가 봐도 좋은 결과물로 느낄 수 있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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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허스키폭스가 최근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에 가장 소개해 주고 싶은 작업은 무엇인가요?

정기영:아이디어스라는 핸드메이드 플랫폼 브랜딩 작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최근 핸드메이드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공산품이 흔하게 소비되는데 그러다 보니 핸드메이드에 대한 희소성이 큰 가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스는 핸드메이드 작가들이 모여 제작한 물건을 판매하는 플랫폼인데요. 판매자를 작가라고 칭하는 점에서 아이디어스의 철학이 담겨있더라고요.

‘핸드메이드 시장의 대표 주자가 된다’라는 목표를 정하고 브랜드 지향점이 드러나도록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작가와 손님 그리고 아이디어스가 함께 선순환되는 마켓의 이미지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정의했어요. 궁극적으로는 잠재 고객들을 핸드메이드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연결해 주자가 핵심 포인트였죠.

고객이 핸드메이드 제품을 주문하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택배가 우선 늦게 옵니다. 제품 수령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기다림이 즐겁고 마침내 제품을 받았을 때 선물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얻게 된 그 행복감. 하나뿐인 제품을 제작한 작가님에 대한 마음. 그리고 함께 들어있는 손편지 등의 요소들이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 있겠다 판단했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내가 몰랐던 내 취향을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Idus 스펠링에서 I와 us를 분리했고 그 사이에 delivery에서 가져온 d를 그려 브랜드 스토리를 재정비했습니다. 핸드메이드를 상징하는 실의 이미지로 d를 표현해서 나와 너를 연결해 준다는 의미를 담고자 했죠. 또 작가가 나중에 고객이 될 수 있고, 고객이 또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브랜드 스토리를 확장해나갔어요.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고객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d 대신 핸드드로잉 풍의 꽃, 강아지, 음식 등의 아이콘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때 반응이 무척 좋았는데 아직도 그때의 분위기가 생생히 기억이 나요. 리뉴얼 하기 전부터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라 이름을 바꿀 수도 없었는데 이름이 갖고 있는 한계점을 극복해서 디자인으로 잘 풀어낸 프로젝트였습니다.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쉽게 만들고자 다양한 연출을 시도했는데 이 부분을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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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음악이나 방송 콘텐츠와 관련된 그래픽 작업이 인상 깊습니다.

이두희: 특히 ‘원더케이’ 작업은 유튜브 채널을 브랜딩 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는데요.

유튜브 채널이 그동안 ‘잘’ 브랜딩된 사례가 별로 없었어요. 로고디자인 정도는 흔했지만 체계적으로 스토리를 갖고 브랜딩이 된 케이스는 찾기 어려웠거든요. 원더케이는 채널 오픈 당시 옛 로고가 그대로 적용되어 있는 상태였고 심플하면서도 세련되고, 직관적으로 케이팝을 상징하는 새로운 심벌이 필요했죠. 고민 끝에 집중하게 된 브랜드의 특징은 ‘팬들이 찾아오는 채널’이라는 것이었어요. 팬들을 생각하다보니, 깃발을 들고 가는 K-pop의 선봉자 형상이 떠올랐습니다. 또 디즈니랜드의 성에 꽂혀있는 깃발도 연상됐고요.

그래서 케이를 깃발 형상으로 제작했어요. 특히 사선과 비비드한 컬러를 사용해 경쾌한 이미지를 풍기도록 했습니다. ‘케이팝을 이끄는 선봉자’. ‘재밌는 콘텐츠가 가득한 원더랜드의 깃발’. ‘팬덤을 상징하는 유니언’. 이런 세계관들을 한 데 모아 K 컬처를 표현했죠.

BTS 'Love Yourself' SeriesBTS 'Love Yourself' Series










Q. BTS와 함께한 작업이 눈에 띄는데요. 작업 과정이나 잊지 못할 에피소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두희: 언젠가 제가 BTS 앨범 작업 관련 포스팅을 하나 업로드했었어요. 최근 이런 작업을 진행했는데 재밌게 잘 마무리됐다는 느낌으로요. 그리고 잊고 지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좋아요’를 엄청 많이 누른 거예요. 핸드폰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알림이 계속 떠서 무슨 일인가 봤더니 팬분들께서 그래미어워즈에 저희 작업이 노미네이트가 됐다고 DM을 보내셨더라고요. 어안이 벙벙했죠. 디자이너인 우리가 웬 그래미냐고(웃음).

정기영: 알고 보니 그래미어워즈에 뮤지션 앨범 디자인을 수상하는 부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상식에 초대를 받게 되었죠. 이 소식이 퍼지면서 기사가 나고. 허스키폭스의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두희: 바쁜 시즌이라 정신없이 미국에 다녀왔는데 수상은 아쉽게도 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저희에겐 굉장히 영광스러웠던 이벤트였습니다. 특히 저희가 작업했던 아티스트의 팬분들께서 엄청난 응원을 해주셔서 울컥했죠. 또 전통적인 디자인 어워드가 아닌 곳에서 디자이너로서 노미네이트됐다는 점도 매우 신선했던 것 같습니다. 허스키폭스가 대외적으로 더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앞으로의 이야기_디자인 세상과 디자이너를 위해

Q. 최근 디자인 신의 흐름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는 부분이 있나요?

이두희: ‘AI’가 하는 디자인요. 처음에는 무척 놀랐는데요. 그럴수록 우리 ‘인간 디자이너’들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AI의 기술을 활용하고 AI가 만들어낸 디자인을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 디렉터가 어떻게 디렉팅을 하는지가 관건일 것 같거든요. 앞으로 더 고차원적 수준의 디자인이 요구될 것이고 그렇다면 ‘크레이티브’의 가치도 계속 높아지겠죠.

정기영: 저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그래미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는 경험을 하면서 새삼 SNS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자신을 잘 브랜딩 하여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아무리 디자인을 잘 해도 대중들에게 노출되지 않거나 주목받지 못한다면 빛을 보지 못할 테니까요.

Q. 디자이너가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정기영: 맥도날드나 스타벅스 등 다양한 브랜드가 이미 일상에 숨 쉬듯 존재하고 있는데요. 그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려면 반드시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가지는 영향력은 말로 다 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의식주 등과 관련해 디자이너가 구축한 브랜드에 둘러싸여 24시간을 사는 것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디자이너들이 세상에 내놓는 시각물들이 대중들의 미적 기준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때문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막중한 셈이죠.



Q. 앞으로 허스키폭스가 그리고자 하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정기영: 요즘은 대 이직의 시대라고 하잖아요. 괜찮은 회사라고 하더라도 개인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개인의 선택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 식구들이 만약 다른 곳에 가더라도 허스키폭스에서 쌓은 것들을 단단한 밑거름 삼아 앞으로 뻗어나가길 바라요. 좋은 문화를 구축해서 오래 일하고 싶은 회사로 평가받는 것도 좋지만, 어떤 사람은 이직했다가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이두희: 저도 직원들이 이직을 하더라도 어디 가서 ‘나 허스키폭스 출신이야’라고 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회사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10년 뒤 20년 뒤를 돌아봤을 때 ‘그때 허스키폭스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라고 회상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구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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