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이미 당신들은 위대하고 대단한 선수들입니다”

LPGA 9승 최나연 은퇴 소감문 전해

11월 KLPGA SK쉴더스 대회가 마지막

사진 제공=지애드스포츠사진 제공=지애드스포츠




최나연(35·사진)이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5일 은퇴 소감문을 밝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9승 등 프로 통산 15승을 올린 최나연은 20일부터 나흘 간 강원 원주의 오크밸리CC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으로 LPGA 투어 생활을 정리한다. 이후 11월 11일 개막하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쉴더스 · SK텔레콤 챔피언십으로 18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 최나연은 유튜브 채널 ‘나연이즈백’을 계속 운영하면서 다양한 방송 활동과 레슨 행사 등을 통해 골프 팬들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안녕하세요. 골프 선수 최나연 입니다.

최근 저는 어려웠던 고민 끝에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16세에 프로로 데뷔하여 KLPGA에서 3년 간 투어 생활을 했고 세계 무대인 LPGA 투어로 진출하여 투어 프로 생활을 한 지 벌써 18년이 되었습니다.

19세에 낯선 미국 땅에 도전하여 선수 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20대를 보냈고 이제 곧 35세가 되네요. 우승을 하며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지만 때로는 너무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이건 선수라면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목표를 세우고 늘 꿈을 향해 달려가던 제가 이젠 다음 미래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모든 선수에게는 ‘은퇴’라는 결정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저는 지금이 제가 은퇴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한치의 부끄러움과 후회 없이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은퇴를 결정하는 고민의 시간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저를 위해 또 한 번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인생의 전부였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많이 그리울 것도 같지만 이제부터는 저의 또 다른 두 번째 인생을 신 나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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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더욱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하니 큰 응원 부탁 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가 받은 사랑과 응원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여러분들에게 저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꿈을 키웠던 수많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LPGA와 미국골프협회(USGA), 그리고 KLPGA, 대한골프협회(KGA)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18년 간의 선수 생활 동안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 주신 SK텔레콤과 대방건설을 비롯해 한 곳 한 곳 말씀 못 드려 죄송하지만 함께했던 모든 후원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저를 응원해주신 전 세계의 많은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회 출전을 위해서 어디를 가든지 그곳에 계신 많은 팬 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해외 생활을 하면서 외국 선수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못했고 낯가림도 있고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해외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는 늘 뒷전으로 미뤄졌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동료들이자 친구였던 만큼 앞으로는 멀리서 꼭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길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알기에 그들에게 마냥 힘내라는 말보다는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미 당신들은 위대하고 대단한 선수들입니다”

끝으로 제가 많이 힘들고 지칠 때 멀리서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한없이 큰 응원을 보내준 나의 소중한 친구들, 함께 경쟁을 하면서도 아낌 없는 조언과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동료 선수들 및 선배 선수들, 그리고 저와 코스 안팎을 함께 누비며 동고동락한 팀원들 너무 감사했고 이 모든 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저의 커리어를 절대 이뤄내지 못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언제나 지금까지 한결같이 제가 잘할 거라 믿고 응원하며 많은 희생을 한 나의 가족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 골퍼 최나연 올림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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