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뜨겁게 포문을 열었다.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관객석이 채워지고 영화제는 풍성해졌다. 조금씩 이전 모습을 되찾고 있는 영화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27th 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2022 BIFF)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사회는 배우 전여빈, 류준열이 맡았다.
다시 관객들과 함께 축제로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축소 진행됐던 것과 다르게, 이번 영화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정상적인 개최를 하게 됐다. 극장 좌석을 100%로 활용하고, 관객들과 대면하는 행사를 적극적으로 마련했다.
영화제가 다시 활기를 찾은 것은 개막식을 찾은 관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일찌감치 영화의전당 인근 도로는 통제됐고, 일대는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로 가득 찼다. 그중 돋보이는 것은 다양한 관객층이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내 관객은 물론 많은 해외 관객들이 개막식을 찾았다. 이들은 작품 입간판 앞에서 인증숏을 남기거나 삼삼오오 모여 작품과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레드카펫에 선 영화인들은 화려했다. 해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내는 배우 김규리를 비롯해 이채영 김의성 구혜선 정일우 한선화 권율 이윤지 김선영 권해효 김영광 전종서 진선규 정해인 신하균 한지민 김유정 등 수많은 스타들이 관객들 앞에 섰다. 여기에 임권택 이준익 감독과 해외 유수의 감독 및 프로듀서들이 참석했다.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2022 BIFF 개막식 사회를 맡은 전여빈, 류준열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시작을 알렸다. 류준열은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나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만난 기억이 생생하다. 여러분이 추앙할 영화를 만나길 바란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축제를 즐기기 전, 배우 고(故) 강수연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 향년 55세로 갑작스럽게 이별한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한 인연이 있다.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배경으로 '배우 강수연을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영상이 펼쳐지며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에 앞서 주최 측은 부산 해운대구 APEC 나루공원에서 '영화의 숲' 조성 행사에서 ‘강수연 나무’를 식수하고 고인을 기리는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다시 높이는 아시아 최대 영화제 위상
팬데믹으로 인해 중단됐던 아시아영화 지원프로그램을 전면 재개하고,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등을 여는 것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지난 3년간 영화제와 다르게 해외 영화인들과 관객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아시아콘텐츠 파워를 느끼게 했다.
아시아 팬들을 가장 설레게 한 포인트는 홍콩 배우 양조위의 참석이다. 한예리는 한국 배우 대표이자 양조위의 팬으로서 헌사를 했다. 그는 “양조위는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그의 몸짓은 여백을 남겨두는 동시에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의 크기를 연기한다”며 “나는 그의 연기 앞에서 늘 가장 순수한 관객이 되고, 닮고 싶은 면모를 기쁘게 발견하는 동료가 된다”고 특별하게 소개했다.
양조위는 이날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했다. 트로피를 안은 그는 “이렇게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올해도 성공적인 영화제가 되길 기원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직접 엄선한 자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GV)를 하는 ‘양조의의 화양연화’라는 특별기획 프로그램도 마련해 의미를 더했다.
2022 BIFF 공식 초청작은 71개국 242편과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으로 총 353편이다. 개막작은 이란 출신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이고,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다. 이 밖에도 부산 랜드마크 17곳에서 20여 편의 작품이 이날부터 열흘간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