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것은 지난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변하다’의 상대어는 ‘유지하다’가 아닌 ‘죽다’가 될 것입니다.”
매년 키워드를 통해 소비 트렌드를 분석한 책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며 ‘언택트’ ‘소확행’ ‘가심비’ ‘뉴트로’ 등의 용어를 일상화시킨 김난도 교수가 올해도 ‘트렌드 코리아 2023’을 펴내며 내년 트렌드를 전망했다.
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진행된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내년 불황은 확정적”이라며 “경기가 안 좋을 때 소비 패턴과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키워드의 앞 글자들을 통해 트렌드를 제시해 온 김 교수는 토끼의 해를 맞아 ‘래빗 점프’를 내년의 키워드로 선정했다. 김 교수는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판다'는 교토삼굴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며 “리스크 헷지와 점프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래빗 점프'라는 키워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내년의 트렌드를 모두 아우르는 중심 키워드는 ‘평균 실종’이다. 김 교수는 “양극화 심화와 초개인화 사회의 도래로 인한 N극화, 또 단극화 경향이 심해지며 정규분포와 평균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사업가들이 보편적 취향을 가진 다수 대상의 상품 개발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특정 계층을 목표로 한 타깃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평균 실종과 더불어 ‘오피스 빅뱅’이 내년의 가장 큰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첫 입사 3년 내 이직률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올랐고, 공무원 시험 합격 후 사직률이 일반 회사보다 높은 현 시점에서 조직 관리자들은 인재를 붙잡아 둘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MZ세대의 근무 태도가 방만하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며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투명한 성과제와 복지제도를 완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내년은 ‘체리피커’에서 진화한 ‘체리슈머’가 소비를 주도할 전망이다. 체리피커가 부정적인 용어였던 반면, 요즘 세대는 체리피킹을 합리적 소비로 인지하기 때문에 ‘체리슈머’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를 제시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소비는 경기가 좋아져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젊은 세대의 효능감과 1인 가구·개인소비 폭증을 고려한 유연한 계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세대와 인간관계에도 주목했다. 김 교수는 “2010년 전후로 태어나기 시작한 개성 강한 알파 세대가 사회의 변수가 되고 있다”며 “이들의 인간관계는 기성 세대의 오프라인 인간관계와는 전혀 다른 다층적·다차원적·적극적 인간관계”라고 분석했다. 또 “젊은이들의 특징은 과몰입과 몰두”라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세분화·정밀화 전략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내가 원하는 것을 먼저 실행해 주는 ‘선제적 대응기술’, 팬데믹 종언과 다시 찾아올 오프라인 공간의 ‘공간력’, 어려보이고 싶어하는 트렌드 ‘네버랜드 신드롬’을 2023년의 트렌드 키워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