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350㎞·800㎞ 섞어쏜 北 '계룡대·이와쿠니' 동시에 겨눴나

◆동해상으로 SRBM 두발 발사

평양 삼석 일대서 2종류 번갈아 쏴

KN 23, KN 25 쏜 것으로 추정

日 기지엔 美 전략자산 집중 배치

주요 군사시설 타격력 과시한 듯

전투기 12대 폭격훈련 추가 도발

우리 공군도 30여대 띄워 맞대응


북한이 6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탐지된 비행거리를 살펴보니 계룡대 등 한국 내 주요 국군 기지 및 평택주한미군 기지와 일본 내 일부 주일미군 기지 등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날 오후 2시 군사분계선(MDL) 이북의 황주·곡산 등 일대에서 12대의 전투기 및 폭격기 편대비행 및 공대지 사격훈련 도발도 해 우리 공군기 30여 대가 출격해 압도적으로 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6일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 1분께부터 6시 23분께까지 북한이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발사 장소는 삼석 구역인데, 이번에 첫 등장했다. 표적 지역으로 동해의 알섬이 아닌 다른 장소를 택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통상적 행태에 변주를 줘 실전에서 쓸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6일 오전 평양 삼석 일대에서 발사한 SRBM 2발의 비행경로 및 해당 사정권 내 한국, 일본의 주요 군사시설 지도. /서울경제DB북한이 6일 오전 평양 삼석 일대에서 발사한 SRBM 2발의 비행경로 및 해당 사정권 내 한국, 일본의 주요 군사시설 지도. /서울경제DB




합참의 발표를 보면 첫 번째 단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350여 ㎞, 고도는 80여 ㎞, 속도는 약 마하5였다. 두 번째 단거리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는 800여 ㎞, 고도는 60여 ㎞, 속도는 약 마하6으로 탐지했다. 합참은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군은 구체적인 탄착 지점 등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번 미사일들은 살짝 북동쪽으로 발사돼 동해상에 탄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같은 탐지 제원으로 미뤄볼 때 우선 초대형 방사포인 ‘KN 25’를 먼저 쏘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어서 변칙 기동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인 ‘KN 23’ 계열 미사일을 쏘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유사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SRBM을 섞어 쏠 수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북한이 KN 23을 고도 약 50~60㎞ 시험 발사할 때에는 주로 비행거리가 주로 400㎞대 혹은 600㎞대를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에는 탄두 무게를 기존보다 줄이는 방식으로 사거리를 늘려 800여 ㎞까지 최대 사거리를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 군의 한 관계자는 “800㎞면 북중 국경에 근접한 회령시 등 일대에서 부산까지 겨눌 수 있는 사거리”라며 “북한이 남침 도발시 한미의 선제 타격을 피할 수 있는 북중 접경 지대 근처에서 남한 주요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일 수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KN-25가 과거 발사되는 모습/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KN-25가 과거 발사되는 모습/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이번 도발이 단순히 남한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예비역 출신의 한 방산 업계 연구자는 “비행거리가 800㎞ 정도면 북한에서 쐈을 때 일본 내 일부 지역도 사정권에 둘 수 있다”며 “오늘의 미사일 도발은 북한이 굳이 값비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쓰지 않더라도 SRBM으로도 일본 내 미군기지 등을 타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 측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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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발사 지점인 평양 삼석 일대에서 직선 거리로 약 800㎞ 거리에는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에 있는 주일미군 해병대기지(비행장 포함)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와쿠니 기지는 한반도 유사시 출격할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등 주요 전략자산이 배치된 교두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은 이틀 만이다. 앞서 4일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화성 12형으로 추정되는 IRBM이 발사하는 등 최근 미사일 발사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5년만에 부산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9월 23일 미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5년만에 부산에 입항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응해 미국은 5일 오후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CVN-76, 10만 3000톤급)를 한반도 인근의 동해상 공해에 재전개했다. 이어서 6일 오후에는 동해의 공해상에서 한미일이 해상 미사일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을 상정해 이뤄졌다. 한미일의 함정들이 가상의 적 탄도미사일 정보를 공유해 탐지·추적·요격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요격은 실사격이 아닌 모의 사격절차 훈련 정도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일본 해상 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초카이함이 동참했다. 미 해군에서는 레이건호 및 이지스 구축함 벤포드함이 참여했다. 합참은 “이번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작전 수행 능력과 태세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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