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능력이 떨어진 노인은 장애 발생 위험이 1.6배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자에서 일어나 왕복 6m를 걷고 다시 의자에 앉는 시간을 측정했을 때 10초 이상 걸린 노인은 신체 움직임이나 뇌·시각·청각 뿐 아니라 언어·정신 등에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손기영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팀은 2002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코호트 자료를 이용해 66세 노인 8만 명의 보행 능력과 이후 국가장애등록 여부를 평균 4.1년간(최대 8.9년) 추적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노인의 보행능력을 ‘일어서서 걷기(Timed Up and Go·TUG )’ 검사로 측정했다. TUG 검사는 균형 감각·다리 근력·보행 속도 등 노인의 신체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법으로 생애 전환기인 66세 노인의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다. 피검사자는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걸은 뒤 반환점을 돌아 다시 의자에 앉도록 지시 받는다. 이때 10초 이상 시간이 소요되면 신체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분석 결과 연구 대상자 8만여 명 중 29%가 TUG 검사에서 평균 11.76초를 기록해 신체 기능 저하 진단을 받았다. TUG 검사에서 정상 진단을 받은 그룹의 평균 소요시간은 7.20초로 비정상 그룹보다 4.6초 앞섰다.
이후 각 대상자의 국가장애등록 여부를 장기간 추적한 결과 TUG 정상 그룹의 장애 발생률을 1000인년(대상자 1,000명을 1년간 관찰했다고 가정)으로 환산하면 연간 1000명당 0.215명 꼴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UG 비정상 그룹의 장애 발생은 1000인년 당 0.354명으로, 정상 그룹에 비해 장애 발생이 1.6배 높았다. 장애 종류는 뇌 손상,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정신장애 등으로 다양했다.
그동안 노인의 보행능력과 장애 발생 간 연관성을 분석한 선행 연구들이 있었지만 장애 여부를 일상활동과 같은 주관적인 기준으로 유추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장애를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규정한 국가장애등록 자료를 바탕으로 보행 능력 저하와 실제 장애 발생의 상관관계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노인의 신체기능 약화가 다양한 건강 문제와 관련될 수 있으므로 보행 능력이 저하된 경우 노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고 근력 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 등을 통해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손기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TUG 검사와 국가장애등록이라는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노인의 신체 기능 저하가 향후 다양한 장애 발생 위험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년에서 노년기로 넘어가는 생애 전환기 노인이라면 건강검진 등을 통해 노쇠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며 "신체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면 대퇴사두근 강화에 도움이 되는 스쿼트, 런지 등의 근력운동을 꾸준히 시행하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