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다시, BIFF]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한다는 신념…비극 막기 위한 노력



코로나19로 주춤했던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가 3년 만에 이전의 모습을 찾았다. 개·폐막식을 비롯한 이벤트, 파티 등은 성대해지고, 관객과 영화인이 함께 호흡하는 대면 행사가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축제에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설렘이 가득하다. BIFF가 다시, 영화의 바다가 됐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영화 '다음 소희' 스틸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영화 '다음 소희'는 취업률로 경쟁하는 사회에서 벼랑 끝에 몰린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이다. 현장실습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불안하고, 어른들은 외면한다. 지금도 반복되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다음 소희'(정주리)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정주리 감독과 배우 김시은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 소희'는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가게 된 여고생 소희(김시은)가 겪게 되는 사건과 이에 의문을 품는 형사 유진(배두나)의 이야기다.

정 감독은 '다음 소희'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현장 실습으로 콜센터에서 일하게 된 여고생이 사망한 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장르 영화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는 걸 알고 충격받았다"며 "'이게 말이 되나?'는 의문이 들었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 도저히 상업 영화로 안 될 것 같아서 작은 규모의 영화로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에 더 알게 될수록 화가 나고 분노가 차올랐다. 빨리 개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이런 사건은 계속 반복되고 있는데, 영화로 만들어져서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면, 관객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심할 필요 없이 제목이 나왔다. 제목이 곧 이야기 자체"라며 "소희도 누군가의 다음에 온 친구고, 소희 다음에 또 다른 친구가 올 수 있다. 그 친구들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유진은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콜센터뿐 아니라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는 걸 알리는 역할이다. 정 감독은 "영화를 1, 2부로 나눈 건 소희에게 일어난 사건을 먼저 보여주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를 자세히 다루고 싶어서다. 관객이 목격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메라 기법도 1부와 2부를 다르게 사용해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표현한다. 정 감독은 "소희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전반부는 흔들리는 카메라로 담았다. 가능하면 소희를 따라가듯 담고 싶었다"며 "유진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고정된 카메라를 사용한다. 우리가 한차례 봤던 공간과 알고 있던 사람들을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길 원했다"고 짚었다.



김시은은 미세한 감정 연기로 소희의 심경 변화를 표현한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소희의 주관과 참지 않고 표현하는 방식이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거가 콜센터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겪으면서 점점 고립되는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며 "점점 무너지는 소희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희는 실제 인물을 기반으로 했지만, 내가 그릴 때는 감독님이 써 주신 시나리오를 두고 분석했다. 소희가 겪었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되 과하지 않게 다가가려고 했다"며 "소희가 무기력함과 우울함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상의 감정들이 있기에 다채롭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시은은 콜센터에 직접 방문해 전화를 받아보며 소희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다고. 그는 "직접 할 수 있게 돼 감사하다. 상상하지 않고 체험한 걸 바탕으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소희가 처음 콜센터에 간 것처럼, 나도 콜센터가 처음이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소회가 돼 가는 과정 중 하나였다"고 회상했다.


부산=현혜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